초등학생들의 가방이 다시 무거워졌다.
교과서와 공책, 갖가지 준비물에 누런 양은도시락까지 넣어다니던 학부모 세대의 무게와는 다르다.
학교에는 이미 준비물과 책을 넣어둘 수 있는 개인 사물함이 있다.
급식을 하니 도시락도 없다.
사물함을 열어보면 그림물감, 스케치북, 탬버린, 소고 등 각종 수업 준비물이 빼곡하다.
그런데 왜 가방이 무거운 걸까. 바로 사교육의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 초등학교 주변에는 각종 학원 차량들이 줄을 잇는다.
아예 운동장에 들어오는 차도 적잖다.
학원 차를 타고 학교를 빠져나가는 아이들. 가방에는 교과서와 공책, 필통 외에 어김없이 두툼한 학원교재가 몇 권이나 들어 있다.
초등학생 딸을 둔 김희준(42.대구 범어동)씨는 얼마전 인터넷 쇼핑몰 곳곳을 뒤져 가방을 샀다.
여행용 가방을 응용한 끄는 책가방이다.
조르는 딸에게 "벌써부터 유행을 찾느냐"고 나무라다 아내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원 가느라 가방이 그렇게 무겁다니 기가 막혔습니다.
실제로 딸 아이 가방을 들어봤더니 제게도 부담스런 무게더군요. 몸무게보다 무거운 가방을 매고 다니거나 엉덩이 아래까지 늘어뜨리고 다니면 척추와 어깨에 무리를 준다는 아내 얘기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23일 아침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등교길. 가방을 매고 신발주머니를 흔들며 재잘거리는 아이들 사이로 가방을 끌고가는 아이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 아랫부분에 바퀴가 달려 있었다.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신기한 눈으로 번갈아가며 끌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는 "저학년은 한 반에 한두명씩 끄는 가방을 갖고 다닌다"고 했다.
쉬는 시간엔 서로 가방을 끌어보느라 난장판이 된다고도 했다.
스쳐가는 유행으로 보기엔 딱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제 덩치만한 가방에 실어 감당해야 하는 사교육의 무게, 이를 이기지 못해 부모를 졸라 산 끄는 책가방. 뒤뚱뒤뚱 삐뚤삐뚤 굴러가는 모습에 우리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이 비치는 듯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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