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골프장 내장객수 1천500만명, 골프인구 200여만명. 인도어 이용자까지 합치면 성인 10명 가운데 1명꼴로 골프를 치거나 배우고 있는 셈이다.
성인 남자들에게 군대 이야기 다음으로 골프가 화젯거리로 등장한 지 오래다.
직장에서나 친목모임을 가더라도 골프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술 한잔 하자면 손사래치는 거래처 손님도 골프 한번 치자면 거부하는 일이 잘 없다
이같은 골프열풍 속에 많은 직장인들이 '나도 골프를 배워야지'하는 생각을 갖지만 만만찮은 비용에 망설임이 크다.
"도대체 골프가 뭐길래 골퍼들이 모이면 저 야단들이지. 잘 맞았다 하면 결재가 술술 풀리고 내기에서 진 날이면 다음날 저기압이 되니 원, 골프가 저렇게 좋을까".
작은 토목회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 최정진씨(43.대구시 남구 대명동).
"나도 이제 골프를 배워 볼까. 일단은 투자를 하자"며 3개월 전 용기를 내 집근처 골프연습장에 등록했다.
직장인 처지로 등록비 20만원이 부담갔지만 술을 자제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골프채가 몇 개인지, 번호가 매겨진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어떻게 구별되는지, 골프에 대해 1%도 모른 상태로 문을 두드렸다.
막대기로 치는 것은 어릴때 자치기 말고는 처음이었다.
연습장에서 대여해주는 드라이버와 7번 아이언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하루 3박스씩 공을 날렸지만 제대로 날아가는 공은 열개 중 한개도 되지 않았다.
뒤땅치기 아니면 굴러가는 볼(쪼로), 그나마 맞아 나가는 공도 슬라이스였다.
가만히 있는 공을 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안쓰던 근육을 쓰면서 허리가 결리고 옆구리에 통증이 찾아왔다.
일주일째 아픈 몸을 이끌고 정신을 집중해서 힘껏 공을 치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갈수록 더 엉망이다.
"하기야 쉽게 배울 것 같으면 무슨 매력이 있겠어".
그러기를 한달. 2개월째 접어들면서 제대로 맞아 나가는 공이 늘었다.
'이제야 내실력이 나오는 구만'.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다음날 자세가 약간만 달라져도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망둥이 마냥 날아다녔다.
늘지 않는 실력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어느덧 머리 속에는 온통 골프생각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술자리도 자제하게 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골프채를 만지게 될 정도로 슬슬 골프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2개월 이후부터는 타구방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때 자세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감이 왔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패고 또 패기를 3개월. 머리(첫 라운딩)를 올렸다.
가슴이 설렛다.
1번홀. 첫 데이트, 첫 선을 볼때 만큼이나 두근거렸다.
'똑바로 날아갈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숲속으로 날아가고 연못에 빠지고, 벙커에 빠지거나 뒤땅을 치고 ….
그러나 라운딩 동료들의 격려속에 홀을 거듭할수록 안정돼 갔다.
첫 기록 120타수. 기록은 차치하고 이슬맺힌 잔디를 밟고 필드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최씨는 이제 골프이야기만 나오면 빠지지 않고 입부조를 한다.
또 누가 골프를 할 줄 아느냐고 물어주기를 은근히 바란다
"형편은 핑계다.
골프를 배워서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얻는 것이 많아 질 것이다". 샐러리맨 최씨는 3개월 만에 이렇게 변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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