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과 들녘은 은빛세상이 한창이다.
바람결에 사르르 몸을 떨며 춤을 추는 억새들의 몸짓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은은한 은빛을 여기저기 흩뿌리다가도 석양이 여린 몸을 감싸면 어느새 금빛으로 물드는 억새는 모처럼 길 떠난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억새는 보통 10월 중순에서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오색 빛깔의 단풍산하에 가려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
하지만 억새에 묻어있는 그 쓸쓸함이 오히려 가을의 서정적 여운과 더 잘 어울린다는 사람들도 많다
깊어가는 가을을 실컷 느낄 수 있는 대구 인근 3곳을 소개한다.
은빛 물결 사이로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붓이 거닐며 가을동화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창녕 화왕산
창녕은 화왕산 이외에 우리나라 최대의 원시 늪지대인 우포늪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화왕산 억새밭을 찾아가기 전 한번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1억4천만년을 간직한 원시늪의 신비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우포늪은 논병아리.왜가리.백로 등의 조류를 비롯해 습지식물인 가시연꽃.창포 등 350여종의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 드넓은 늪에서 자란 갈대바다 위로 온갖 철새들이 날아다니며 노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창녕 IC에서 나와 첫번째 네거리에서 우회전, 회룡마을을 지나 우포늪 진입로로 달리다보면 우포늪 앞 세진리주차장이 나온다.
창녕 IC에서 약 15분 가량 걸린다.
이제 '10리 억새밭'으로 유명한 화왕산으로 향한다.
이곳은 11월 중순까지 정상에 자리한 화왕산성 주위로 은빛의 억새무리가 장관을 이뤄 구경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헉헉거리며 오르는 길목에서 만나는 보라색 칡꽃과 빨간 단풍나무들로 인해 등산이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산행은 화왕산 입구인 창녕여중에서 출발, 도성암과 환장고개를 지나 억새평원의 화왕산성을 이르러 돌아오는 코스로 모두 3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창녕군청 문화공보과 055)530-2236~9.
▷가는길: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창녕 IC에서 내려 첫번째 네거리에서 좌회전, 창녕읍 방면으로 각각 국도 20번과 24번을 따라 직진하면 창녕여고를 만날 수 있다.
대구에서 약 50분 가량 걸린다.
◆함양 거망산
경남 함양군 서상면에 위치한 거망산은 산세와 조망이 좋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따라가면 가까이는 기백산에서 금원산 줄기를, 멀리는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맘 때면 남쪽에 솟아있는 황석산과 연결된 능선을 따라 찬란한 억새군락을 만날 수 있다.
억새밭을 스치며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이 코스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이곳 억새는 이삭이 유난히 크고 소담스러운 것이 특징. 산행은 주로 용추계곡 입구인 안의면 유동 마을에서 출발, 황석산 정상 암릉을 따라 뫼재를 거쳐 다시 용추계곡으로 내려오면 된다.
넉넉잡아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함양군 서상면사무소 055)960-6591.
▷가는길: 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따라 거창 IC에 내려 26번 국도를 따라가면 안의면 유동마을이 나온다.
1시간10분 가량 소요.
◆밀양 재약산 사자평
경남 밀양군 단장면에 위치한 재약산은 이른바 '영남알프스'라고 불리우는 천황산.취서산.가지산.신불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솟아있는 명산이다.
이 산이 유명한 이유는 재약산 정상인 사자봉의 턱밑 100여만평에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 때문. 이 곳이 바로 우리 나라 최대의 억새 군락지인 사자평이다.
끝없이 보이는 억새밭이 고원을 뒤덮어 규모면에서 여타 억새밭을 압도한다.
덕분에 재약산 사자평은 영남알프스 산들 중 가장 인기있는 산행코스로 꼽힌다.
사자평 산행은 표충사에서 시작된다.
홍룡폭포와 층층폭포를 지나 지금은 폐교된 고사리분교를 거치면 재약산 사자평에 도달한다.
사자평에서 재약산 정상.천황산 정상을 각각 돌아 다시 표충사로 내려오면 된다.
산행길은 모두 6시간 가량 소요된다.
밀양시청 문화체육과 055)359-5636~9.
▷가는길: 재약산까지는 고속도로보다 국도를 타는 게 빠르다.
경산을 지나 25번 국도를 타고 청도를 거쳐 쭉 달리면 송림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24번 국도를 타고 푯말을 따라 달리면 표충사 입구에 도달한다.
약 1시간30분 걸린다.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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