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지난해 대선 직전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자금 수수로 촉발된 재신임 정국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동안 재신임 정국은 한나라당이 "최 전 비서관의 비리의혹부터 규명하자"며 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은 정치권 전체의 부패 문제를 거론하며 예봉을 피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최 의원의 비자금 수수사실 시인으로 대통령 측근비리 선 규명이라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로 작용하게 됐다.
최 전 비서관이 받은 돈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지 않고서는 대통령 측근비리부터 밝히라고 요구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 의원이 받은 돈의 사용처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서 비자금이 당으로 흘러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은 도덕성의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정치권 부패문제가 정국의 핵심 이슈가 되면서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이 여론의 공감을 얻게 되고 결국 재신임 정국의 주도권은 노 대통령이 쥐게 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통합신당은 최 의원의 비자금 수수 사실을 내년 총선까지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재료로 활용할 것이 분명해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한나라당=한나라당 지도부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본 뒤 얘기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고 홍사덕 총무도 "현재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본 일이 없는 만큼 일단 최 의원에게 얘기를 들어본 후 당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비자금 수수 문제를 철저히 당과 분리해 대응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 때 SK측으로부터 들어온 후원금을 조사한 결과 공식 후원금 10억원 이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조직 유입 여부는 우리로선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또 최 의원이 받은 돈은 대선 전에 받은 정치자금이며 최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은 대선 후 받은 뇌물이라며 돈 성격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남은 변수도 많다.
최 의원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해오다 결국 받았다고 시인한 점에 비춰 앞으로 최 의원이 어떤 말을 더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100억원이라는 거금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당이 배제됐다는 해명 역시 일반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민주당은 최 의원의 SK 비자금 100억원 수수와 관련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당부하면서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스스로 대선자금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또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신당도 밝힐 것이 있으면 밝혀야 한다"며 양동작전을 폈다.
박상천 대표는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고 조순형 의원도 "검찰이 한 점 의혹도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신당=통합신당은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100억원을 수수했다고 시인하자 총공세에 나섰다.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100억원 수수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SK 돈은 빙산의 일각이란 것을 한나라당도 알고 언론도 국민도 알고 있으므로 차제에 대선 자금 전체를 한나라당이 국민 앞에 밝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최 의원을 당차원에서 보호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정치가)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는 문제 의식을 국민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훈.최재왕기자
사진 : 한나라당 홍사덕총무와 서청원, 박근혜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돈웅의원의 SK비자금 수수시인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