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충격을 흡수하는 지혜

입력 2003-10-21 09:19:59

출근을 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체 밑에서 무서운 속도로 수 만 번째 돌고 있는 타이어가 과연 무사할까 걱정이 될 때가 있다.

타이어가 장기간 혹사 당하면서도 견디는 까닭은 무엇일까. 처음에 타이어 제조업자들은 도로로부터의 충격에 저항하는 타이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타이어는 마치 끈이 끊어지듯이 이내 잘려 버렸다.

다음에 생각해낸 것이 도로의 충격을 흡수하는 타이어다.

자체적으로 충격을 무화시키는 기능을 가진 이 타이어는 장시간에 걸쳐 고속주행을 해도 끄떡없었다.

자동차 발달사쯤으로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속내를 가만히 음미해보면 초나라 장수인 계포의 고사와 흡사한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한의 고조가 초의 항우와 천하를 다툴 때 뛰어난 맹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계포는 항우가 패하자 노예로 전락해버린다.

치욕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계포는 자살을 택하지 않는다.

당시의 분위기로 보면 비굴할지도 모르는 삶을 그는 택한 것이다.

죽음을 택하지 않고 굴욕을 참아넘기던 그는 결국 한의 명장으로 복귀한다

이를 두고 사마천은 이렇게 썼다.

'진실로 용기있는 사람은 경솔하게 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같이 말한 사마천 역시 궁형이라는 치욕과 좌절의 시기를 넘기고 불후의 명저인 '사기(史記)'를 완성시킨 인물이다.

'자살 신드롬'이라 할 만큼 지금 이 시대는 상처받은 영혼이 자살로 마감하는 충격적인 사회현상을 보고 있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좌절에 빠져 길을 헤메거나, 자살 사이트를 기웃거리거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패나 좌절이나 갈등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살로 치닫는 이 현상은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열차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장면 만큼이나 참담하고 가슴 아프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인생에 한번쯤은 실패나 좌절의 나락에 빠져 진창에 뒹굴게 된다.

이 때의 충격과 정면 대결하면 과부하가 걸린 타이어처럼 여지없이 끊어지고 만다.

이런 동요의 시기에 오는 충격을 흡수하는 지혜를 다듬어놓는 것이 인생의 승패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어떻게 충격을 흡수하는가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으로 남아있다.이상히

가야대 부총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