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경북도.청도군 힘겨루기 2차전

입력 2003-10-20 14:06:46

부군수 임명을 둘러싼 경북도와 청도군의 힘겨루기 1차전은 자체 승진을 관철시킨 청도군이 표면적으론 판정승을 거뒀지만 팽팽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인사 파동으로 자존심이 구겨진 경북도가 보이지 않는 압력을 통해 청도군의 목을 죄는 상황에서 청도군도 물밑 접촉을 통해 타개책 마련에 골몰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2차전 결과가 드러날 전망이다.

경북도는 승진 인사와 예산 배정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먼저 5급(사무관) 승진에 대해 경북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4급(서기관)직인 부군수를 자체 승진시킨 청도군은 5급직도 자체 승진시키기 위해 경북도에 교육을 요청한 상태. 사무관급은 도의 교육을 거치지 않으면 승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북도는 '지방고시 출신의 5급 요원이 보직을 받지 못한 상태로 있는데 왜 또 승진시키느냐'는 반대 명분을 내세웠다.

경북도의 반대 논리는 명확하지만 다분히 '괘씸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방고시 출신 5급 요원을 제쳐두고 자체 승진을 요청한 다른 시.군에 대해선 인사적체 해소와 순환 인사 등의 명목으로 '배려'를 아끼지 않았는데 청도군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원칙 적용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 당초 부군수 인사에 대해 '법대로 하자'며 청도군이 주장한 만큼 경북도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보자는 대응인 셈.

예산 배정 역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청도군 애태우기' 작전을 펴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으로선 국비, 도비의 지원없이는 자체 사업이 불가능하다.

일단 경북도는 청도에서 올라온 사업비 신청에 대해 '정책적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거친다'는 논리여서 반박하기도 쉽잖다.

이번 사태는 지방자치법상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도와 자치권 키우기에 노력하는 시.군의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동향인 이의근 도지사와 김상순 청도군수 사이의 인사문제 등 뿌리깊은 감정싸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도지사가 민선 3기로 들어서며 차기를 기약할 수 없는 형국이 되자 표면으로 불거졌다.

인사 파동 1차전은 겉으로 청도군의 승리였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도지사의 '말발'이 타 시.군에도 통하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경북도가 본보기로 청도군을 삼아 강경대응 방침을 세운 것. 실제로 태풍 '매미' 직후 도지사는 시.군에 '해외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협조문을 보냈지만 시.군에선 보란 듯이 외유길에 나섰다.

또 이 지사는 지난 12일 경제 협상차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11일 시.군에 '대통령 재신임 정국인 만큼 업무에 충실하라'는 협조문을 보내려다 취소했다.

협조문이 공수표로 그칠 우려가 크다는 내부의견 때문이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청도군측이 인사 문제 해결과 예산 배정 등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는 물밑 접촉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도의 방침, 엄밀히 말하면 도지사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이후 도와 각 시.군의 관계 정립이 달라지기 때문에 도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