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류사를 만든 하얀 황금의 역사(마크 쿨란스키 지음/세종서적 펴냄)
짠맛을 내는 무색의 천연 광물성 식품이며 염소와 나트륨의 결정성 화합물로 조미료와 방부제로 쓰이는 소금. '성인병의 주범'으로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소금은 금에 비유될 정도의 대접을 받았다.
이제는 너무 흔해서 그 가치마저 잊혀졌지만 소금은 인류 문명의 중요 고비마다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시사 저술가 마크 쿨란스키가 지은 '소금'(이창식 옮김·세종서적)은 소금을 따라 찾아가는 세계사 탐험이다.
정치와 경제, 종교, 과학, 요리법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들과 함께 소금이 세계 도처의 인류문명과 생활을 어떻게 떠받쳐 왔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인류는 필사적으로 소금을 찾아 나섰고 물물 교환 결제 수단으로 소금을 사용했으며, 소금을 얻기 위해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장대한 건축물인 만리장성의 건설비용이 소금에서 나왔으며, 유럽인의 신대륙 발견이 소금 때문에 가능했고 미국 서부의 석유 채굴도 소금 채굴에서 시작됐다.
중국 전국시대 지식인들간 논쟁의 중심에도 소금이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중국 왕조는 소금을 국가 세입의 원천으로 삼아 '소금을 통한 국가 지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신대륙 아메리카의 역사는 소금 전쟁의 역사라고 단정한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잉카, 아즈텍, 마야 문명에서 소금은 곧 '통치권'과 마찬가지였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스페인과 영국인들이 들어와 식민지 지배의 산업적 기초를 위해 원주민들과 소금 전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도 '소금 폭동'에서 시작됐으며 미국의 독립도 '소금 자립'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마크 쿨란스키는 주장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소금은 미라 제조를 위한 주요 성분이었고 중세와 르네상스 무렵 프랑스의 귀족들은 소금을 사치의 상징물로 여겼다.
프랑스 귀족들은 소금을 화려한 그릇에 담았고 최고급 소금을 식사 내내 주인이나 가장 귀한 손님 곁에 두었다.
저자 마크 쿨란스키는 음식과 역사에 대해 오랜 관심을 가져왔으며 뉴욕과 뉴잉글랜드에서 전문요리사 및 제빵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 책은 소금이 세계사 곳곳에 남긴 자취를 더듬어 내려는 저자의 지적 탐구의 결과물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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