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국민연금 논란

입력 2003-10-18 15:53:05

1935년 사회보장법에 의해 실시된 미국의 노령연금은 1972년 급여를 소비자물가에 연동시켜 노후 생활안정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민연금이 됐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경제불황으로 인해 임금상승률과 보험료수입이 낮아지고 덩달아 인플레이션이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기금 고갈과 제도의 파탄이 우려됐다.

○...결국 미국정부는 1983년 연금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한다.

기금의 잔고가 일정상태 이하로 낮아지면 소비자물가지수와 임금인상지수 중 낮은 지수를 기준으로 급여액을 조정하고, 소득이 많은 사람의 급여에는 세금을 부과해 그 돈을 기금에 넣도록 했다.

또 65세인 수급연령을 2003년부터 매년 1개월씩 올려 2027년까지 67세로 상향조정토록 하고 62세부터 받을 수 있는 조기 급여액을 80%에서 2027년부터 70%만 지급키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988년 상시근로자 1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1999년4월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됐는데 불과 10여년만에 대수술을 않으면 안될 지경이 된 것이다.

이대로 가면 얼마 안 가 기금이 거덜나 국민연금 자체가 존폐의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미국 등 먼저 실시한 선진국들의 시행착오를 뻔히 보고난 연후에 시작한 제도인데도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골자는 '더 내고 덜 받게' 한다는 것이다.

급여액이 개인 평생소득의 몇%인지를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60%에서 내년부터 55%, 2008년부터는 50%로 낮추고, 내야하는 보험료는 현행 소득의 9%선에서 2010년 10.38%로 높이고 이후 5년 단위로 1.38%포인트씩 올려 2030년에는 15.90%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민노총 등 노동자 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할 일. 개정안이 통과되면 급여액이 최저 생계비 이하로 떨어져 용돈 수준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대학교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연금살리기 운동본부'는 정부의 연금법 개정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연금 재정안정을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방법 이외에는 대책이 없다는 주장이다.

'용돈 연금' 논란도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한 불가피하고 그런 수준이라도 살려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노동계나 찬성하는 지식층이나 모두 국민연금의 파탄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후에 용돈 좀 얻어쓰기 위해 지금 당장 국민의 등골을 휘게해서도 안될 일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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