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땅 잃은 지방대 취업-최악의 구직전선

입력 2003-10-17 11:31:48

취업시즌이다.

그러나 취업전선에는 한랭전선이 두텁게 드리워져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2001년과 2002년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대졸 취업률이 올 초부터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방대 출신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문은 바늘구멍이다.

총장까지 나서 기업체를 방문하고 능력인증제를 시행하는 등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해 구직홍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인재할당제를 외치지만 대기업의 지방대 홀대는 여전하다.

수도권의 대기업은 원서조차 잘 받아주지 않는다.

능력을 펼쳐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현행 대기업 채용제도에서 지방대생이 설 자리는 없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최근 "인재가 곧 경쟁력이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다.

이에 각 계열사들은 서울의 명문대 졸업 예정자들에게 핸드폰과 용돈까지 지급하며 인재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지방대생들은 입사원서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지역대의 한 취업담당자는 지난 15일 잘 알고 지내는 ㅅ그룹의 인사관리부장에게 취업지원서라도 몇 장 보내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하지만 "보내주기는 하겠으나 무의미한 일 아니겠느냐"는 답변을 들었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가 16일 지방대 4학년 재학생과 구직자 1천8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80%에 이르는 사람들이 "지방대 출신이어서 구직활동에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국내 100대 기업 취업률은 수도권 대학의 경우 취업 대상자 6만9천400여명 가운데 취업자가 6천870여명으로 10%에 달했다.

반면 지방대학의 경우 취업대상자 14만1천200여명 중 4.8%인 6천800여명만 100대 기업에 취업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생 수를 감안하면 4대1의 비율로 지방대생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 잡코리아가 국내 대기업 12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 하반기 대기업 채용전망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기업 39.3%(44개사)가 지난해에 비해 채용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 하반기 채용규모 축소로 대졸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는 조사다.

특히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예고다.

한해 대학 졸업자가 24만명에 이르는 반면 기업의 최대 채용인원은 10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취업희망자들의 눈높이가 다른 것도 취업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일단 취직을 하고 보자는 생각에 무턱대고 원서부터 내미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졸 구직자들은 연봉 1천800만원 이하의 회사는 외면한다.

지방대 비인기학과 졸업생이라 하더라도 대졸자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올 2월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아직도 취업을 못한 가운데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다시 최악의 구직전선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방대 비인기학과 출신 학생들은 기업의 편견으로 서류접수조차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졸 구직자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는 계절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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