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고무줄'

입력 2003-10-16 14:05:10

"애들 과자값도 이럴 수는 없어요".

전세 생활을 정리하고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주부 최명희(36)씨는 최근 분양 광고를 낸 몇개 업체에 전화를 한뒤 "정말 한국이 싫어졌다"고 했다.

토지가격, 건축비, 인건비, 적정이윤 등을 고려한 아파트 분양가는 사업 계획 수립때부터 분양때까지 변동이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분양을 불과 며칠 앞두고도 업체들이 정확한 분양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씨는 "수성구 모 업체는 분양가가 650만원에서 750만원 사이라고 하고 다른 곳은 600만~700만원 사이라고 한다"며 "세상에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팔면서 정확한 분양가도 밝히지 않고 소비자들을 이렇게 갖고 놀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부동산 열기를 틈탄 아파트 사업자들의 '고무줄 분양가'가 내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정확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분양 광고를 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뒤 분양 며칠을 앞두고 몇십만원씩 가격을 올려 받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이달 말 1천300여 가구의 대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는 대구 북구 침산동 ㅋ아파트의 경우 문의 전화가 걸려 오면 평당 분양가를 600만원선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상담직원은 "한두 차례 광고가 나간뒤 하루에 수백여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면서도 "정확한 분양가격은 22일 이후에나 정해지겠지만, 가격이 예상보다는 높을 것"이라고만 했다.

또 수성구 만촌동 ㅎ 아파트도 다음주에 분양할 계획이면서 아직도 평당 분양가를 610만~650만원 정도로만 안내하고 있고, 370여 세대가 들어서는 남산동 ㅅ 아파트 역시 평당 분양가를 600만원대로 제시하며 정확한 분양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아파트 분양을 대행하는 시행사 한 관계자는 "고무줄식 분양가 책정은 이제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며 "솔직히 사업자로서는 평당 10여만원씩만 올려도 수십억원의 차액을 챙길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결국 내집마련을 꿈꾸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가격 결정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분양 직전 아파트값을 올려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1997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당국의 분양가 규제가 힘을 잃은데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신규 분양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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