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 신문에 내걸린 큰 글자가 가슴을 쳤다.
'비상하는 중국' '비상 걸린 한국'이란 제목이 그것이다.
한쪽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했다는 것이요, 다른 한쪽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미적거리는 통에 12억2천만 달러의 초대형 멕시코 정유시설 공사에 국내기업들이 입찰참가 자격조차 박탈당했다는 거였다.
국제무역에서 첨예한 경쟁당사국인 한쪽은 비상(飛翔)하고 있는데 한쪽은 정쟁(政爭)에 비상(非常)이 걸렸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16대 마지막 예산국회가 재신임 파동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그것이 궁지의 탈출인지 고뇌에 찬 결단인지 알 수 없으되, 결국 부패.정치개혁을 둘러싼 이 정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끝없는 '계.란(鷄卵)논쟁'이다.
노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이 정도의 혼란은 감수하자고 했지만 국민들은 그의 덜컥수(手), 승부수가 빚은 이 엄청난 혼란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것은 국민들이 '배부른 상황'일때의 이야기다.
지금 117조5천억원이 걸린 예산국회는 아직 눈도 뜨지 않았다.
태풍 매미의 피해복구를 위한 2차 추경은 지난 월요일 국회 재경위의 정족수 미달로 또 뒷전에 밀렸다.
부동산 파동으로 인해 폭발 직전에 놓인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정부와 국회는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대통령이 휘청거리는데 대책 내놓은들 약발받겠는가. 이라크 파병은? 각종 법안은, 한.칠레 FTA는 또 어떻게 되나? 이판에 공무원들의 그 복지부동.눈치보기를 누가 말릴 수 있단 것인가.
나만 충정(忠情)이요 진심이고 너는 정략인가. 탄핵도 치우고 국민투표도 치우라. 이미 한 시민단체가 재신임 국민투표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마당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공세에 놀란 야당대표들도 국회에서 다투어 "정치 개혁하자"고 나오지 않았는가. 그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노리는 바, 정치개혁을 통한 사회변화가 아닌가. 그렇다면 휴전하라. 만나라. 명분은 '민생'이면 족하지 않은가. 그래서 모두 함께 예산에 매달리라, 정치개혁 법안에서 야당이 더이상 발빼지 못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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