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연(壓延), 제강(製鋼), 인버티드앵글(Inverted-Angle) 등 들어도 뭐가 뭔지 분간이 되지않지만 잘할 겁니다.
입사시험을 어렵게 통과한 만큼 뭔가 보여줘야죠".
15일 INI스틸 포항공장 각 부서에 '쇠를 고무줄처럼 다루겠다'고 각오를 다진 25명의 새내기 철인(鐵人)들이 배치됐다.
이들은 지난달 70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생산직 사원공채에 합격해 일주일간 교육을 받은 뒤 이날 처음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신입사원 중 막내인 최정훈(23)씨는 "첫 직장인 이 회사에서 정년퇴임식도 하고 싶다"며 "철에 관한 한 최고의 기술자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도록 열심히 배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범수(30) 김태원(29) 주상근(30)씨 등은 이미 1, 2차례의 전직(轉職)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사원들. "최선을 다했는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장래설계를 펼쳐 보였다.
2천℃를 넘나드는 용광로 근처에서 '쇠밥'을 먹으며 살겠다는 각오로 입사한 이들 전부가 이미 취업전선에서 몇 차례씩의 고배를 마신 경험자라는 사실도 눈에 띄는 대목. 지난 98년 대학을 졸업하고 4년 이상 취업준비에 매달렸다는 노원길(30)씨는 "적극적으로 찾다보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거듭된 취업실패 끝에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재우(25)씨는 "지금까지 접수한 이력서가 10장도 넘는다"며 "무턱대고 나설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늦게 깨달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INI스틸에 원서를 넣기 전까지 3개월 동안 한 대기업에서 개설한 직업훈련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근무했던 김시원(29)씨는 "어렵게 전직을 결심한 만큼 더욱 매진하겠다"면서 "강철을 고무줄처럼 갖고 놀 수 있을 때까지 한눈 팔지 않을 것"이라고 두 주먹을 쥐어 보였다.
인력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이 회사 오춘환 지원본부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당부할 것은 매사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 뿐"이라며 "지금의 충만된 기분을 퇴직때까지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선배로서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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