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2각(脚)체제' 절반의 성공

입력 2003-10-15 13:31:51

'1두(頭) 2각(脚)위주의 다중심(多中心) 체제'.

조해녕 대구시장이 이끄는 민선3기의 대구시 의사결정 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이같은 구조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지난 5월 조 시장이 조기현(54) 행정부시장과 김범일(53) 정무부시장을 불과 20여일 남짓한 시차를 두고 잇따라 새로 데려오면서 더욱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조 시장은 평소 실국장회의에서 "새로 온 두 부시장을 중심으로 실국장들이 각 분야의 장관이란 책임감을 갖고 일하라"고 할 정도로 '2각 위주'의 균형.협조 체제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방식은 종전의 민선시절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업무체제일 것"이라고 박일환 시장실 비서실장은 진단했다.

이런 탓인지 두 부시장의 역할분담과 협조관계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규정상 정해진 업무분장과 달리 조 행정부시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열리는 주요 현안 관련 회의 때 김 정무부시장을 참석토록 해 대구시정의 흐름을 파악토록 하는 등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경북 영천 출신인 조 부시장은 "경북 예천이 고향으로 학교후배인 김 부시장과 시정을 골고루 살펴보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웬만한 회의 때는 자리를 함께 한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대구시정 전반에 대한 정보와 흐름을 파악한 김 부시장의 역할은 정부를 상대로 한 내년도 예산확보 활동에서 나타났다.

대구시에서의 공직생활과 내무부 및 현 행정자치부 근무경력을 가진 조 부시장과 더불어 예산확보에 나선 김 부시장이 "생각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조 시장이 추켜 세울 정도이다.

김 부시장은 산림청장과 총무처.행정자치부에서의 경력에서 다진 인맥을 활용하고 서울상대 졸업생이 포진한 기획예산처를 부지런히 오간 결과 정부의 내년도 신규사업 억제방침에도 불구, 대구시가 신청한 19건의 신규사업 가운데 16건을 반영시키는 '놀라운 성적'(조시장 표현)을 올린 것. 게다가 지난 13일 인도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국제연합 아시아태평양지부(IULA-ASPAC) 집행위원회에 참석, 2005년 IULA-ASPAC총회 대구개최 유치에 성공하고 14일 귀국하기도 했다.

김 부시장은 "아직은 열심히 배우고 최선을 다 할 뿐"이라면서 "고향에서 근무할 기회를 가져 고맙게 생각하며 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 시장과 두 부시장 체제의 성과에도 불구, 이들 모두 행정통이고 정치인 문희갑 전 시장처럼 독특한 카리스마가 없는 탓인지 간부 장악력이 다소 떨어지고 일부 지역 현안들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설득작업을 못하는 한계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평이다.

게다가 정치권과의 연계도 약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직원들의 근무 분위기가 풀어졌다는 이야기들이 많고 현안사업들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의 극복은 조 시장체제의 후기 임기의 과제"라 전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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