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F학점 대통령과 야당

입력 2003-10-15 13:32:23

급박하게 돌아가는 '재신임 정국'에서 재신임 발언의 당사자인 노 대통령과 맞은 편의 한나라당 상황 인식은 낙제점이다.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주요 변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논외로 치자.

우선 노무현 대통령. 각종 여론조사에서 재신임도가 불신임도를 앞지르자 노 대통령은 구체적 정치 일정을 제시하며 속전속결식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 있다.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낙제점 훨씬 이하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기관에서는 "국민들이 대통령 불신임에 따른 국정 혼란을 우려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야당가에서도 "재신임도를 곧바로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또 "임기 7개월여 만에 초헌법적인 국민투표를 통한 재신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대통령이 재신임을 또 물을 지 누가 아느냐"는 혹평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재신임을 받는다고 해도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많다.

또 재신임이 청와대가 생각하는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용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은 거대 야당 한나라당. 이들의 상황 인식 또한 한심스럽기만 하다.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형편없는데도 재신임도가 과반을 훌쩍 넘어서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다.

많은 국민들 눈에는 한나라당이 현 정권을 대체할 '건전한' 세력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정국 불안보다는 안정을 바라는 심리의 발로라는 해석이 더 많지만 한나라당이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재신임 제안이 나오자마자 '웬 떡이냐'라는 듯 덥석 물었던 한나라당이 이를 번복하고 대통령 탄핵까지 운운하고 다시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으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려고 했던 점은 '우왕좌왕', '좌충우돌'에 다름아니다

한나라당이 재신임 발언으로 빼앗긴 정국 주도권을 진정으로 되찾기를 원한다면 먼저 냉철한 자기반성과 현 좌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정치1부.이동관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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