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내 아이를 감싸는 이유

입력 2003-10-15 09:07:47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놈은 벌써부터 제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이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 때문에 아이와 엄마가 책상머리에 앉으면 조용하던 집안은 긴장감에 휩싸이고 서서히 애엄마의 언성은 높아지다가 급기야 호통으로 변하여 아이는 소리내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벌써공부 때문에 찌들리는게 싫어서 '공부 그만두라'고 아이편을 들게 되고 아이는 얼른 방을 빠져나와 아빠의 품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상황은 끝난다.

그러면 아내는'애 아빠 때문에 아이 버릇 나빠진다'고 연신투덜거린다.

그렇지만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든 말든 그에게도 구원의 손길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어느 고등학교 수학여행단 관광버스가 잠시 정차하면서 학생 몇몇이 그곳을 지나가던 나와 내 친구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은 것 때문에 패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격분한 나는 부근 구멍가게에서 길에 내놓은 빈 맥주병을 들어 관광버스에 던졌고 버스의 유리창이 박살나는 사단이 벌어졌다.

차에서 뛰어내린 상대편 서너명과 우리 두명은 몇차례 맨주먹을 주고 받다가 관광버스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그 안에서 무수한 주먹과 발길질을 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버스 기사는 내가 버스 유리를 박살냈으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부근 경찰서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경찰관은 나에게 몇 가지 조사를 마치고는 아버지를 전화로 호출했다.

한참 만에 형사계 사무실에 나타난 아버지는 무뚝뚝한 얼굴로 경찰관의 설명을 듣고는 버스기사에게 거금 삼만원을 물어주었다.

그리고는 얻어맞아 퉁퉁 부은 내 얼굴을 쳐다보고 '그놈들 한테 맞기만 했냐? 때려 보기라도 했어?'라고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부끄럽고 죄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아무 대답도 못했다.

그렇게 나를 경찰서에서 데리고 나온 아버지는 부근 식육식당으로 가서 삼겹살 소금구이를 사 주었고, 내가 한근을 다 먹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요즘 나는 엄마에게 혼나는 아들놈을 구출할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한다.

내가 아이에게 쏟는 정성이 내 아버지의 반이라도 따라갈까?

김재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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