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 성명서 전문>

(서울=연합뉴스) 재독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

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37년만의 귀향에서 저는 참으로 많이 변한 조국을 돌아보며 감개무량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며 저에게는 놀라움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

께서 베풀어주신 관심과 배려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몇 가지 다짐을 할까합니다. 그간 귀국을 전후해 본의 아니게 저로 말

미암아 생긴 혼돈에 관해 어떤 규명이나 사과보다도 다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다짐은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땅에 살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부대끼고 실천하고자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우선 저는 균형감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에서 탈당하고자 합니다. 제가 의도했든 안했든 더는 구구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준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며 살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또한 고향에 돌아온 사람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살고자 이 땅에 책임을 지고자 독일국적을 포기하겠습니다. 여기에 따르는 어

떤 불편이나 처벌과 고통도 감내할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립니다.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숱한 사람들이 고난을 겪어 왔음을 잘 알고 있습

니다. 저 또한 그 길을 결코 피하지 않겠습니다. 이 선택은 제 가슴에 남아있었던

오랜 빚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믿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동료 후학들과 같이 학문을 연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와서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학문은 역시 생생한 현장에서 익히고 깨우쳐야 하며 민족을 위한

쟁기와 보습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학문의 출발점이자 미래인 이 땅이야 말로 제가 있어야 할 곳입

니다. 우린 민족이면 누구나 그렇듯 저 또한 독일에서 달을 바라보며 고향을 향한

그리움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평양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서울에 와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빛이 온 나라에 밝듯 그리움이 다를 수 없듯 분

단과 경계를 넘어서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나라의 민주

화와 남북한의 화해협력의 길에 저도 계속 동참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