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해지는 국민투표 실시

입력 2003-10-14 13:54:26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실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13일 시정연설을 통해 실시시기까지 제안하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비자금수수의혹 등 측근비리부터 규명하자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민주당도 위헌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재신임을 받겠다'는 제안(10일)과 국민투표 수용시사(11일)에 이어 12월15일 조기실시(13일)카드를 빼들며 연일 초강수를 내놓고 있는 노 대통령의 일련의 정치적 행보는 한나라당 등 야당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자 야당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의 순수성을 의심하면서 '선 측근비리 규명'을 내세우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측근비리를 계기로 제시됐다는 재신임제안의 후속조치로서는 예상치 못한 제안이 잇따라 나오자 정치권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마련해 둔 계산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당초 재신임 시점으로 총선 전후라고 했다가 불과 사흘 만에 연내로 시기를 앞당긴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각 여론조사에서 재신임 여론이 급상승하자 자신감을 갖고 조기승부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야당이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을 덜컥 받았다가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재신임정국으로 빠져든 것이다.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에서부터 비롯된 재신임 제안이 이제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사활을 건 게임으로 성격이 변화됐다.

재신임 투표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정국은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와대와 각 당은 국민투표실시에 따른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4일 최병렬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노 대통령 측근 비리부터 먼저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조기국민투표로 몰아가고 있는 노 대통령의 승부수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역시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개헌이 필요한만큼 국회에서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재신임 국민투표에 반대했고 박상천 대표는 대표연설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통합신당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통해 정치개혁 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며 노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12월로 잡혀있던 창당일정을 앞당기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청와대는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 대통령이 위헌논란을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며 국민투표 무산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신임 제안을 받겠다면서 조기실시까지 주장해놓고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선 측근비리에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서는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지않으냐"고 반박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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