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 환경적 현주소.보존대책

입력 2003-10-14 08:51:25

해발 660.3m의 앞산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구 시민들에게 가장 친근한 산이다.

금호강에 막혀 접근성이 떨어지는 팔공산에 비해 도심과 가까운 앞산은 2001년에만 1천679만3천684명이 찾아 시민 한명당 5번 이상 다녀간 셈이다.

이렇듯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앞산이 원칙없는 관리로 시민들의 불평이 나오고 있고 도심 자연공원이라는 명목하에 '자연 그대로'만을 주장할 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조차 없는 상황이다.

현재 앞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앞산 보존 부실투성이

△등산로 포장

이미 상당부분 포장이 이뤄졌다.

앞산 진입로 중에는 큰 골의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포장이 이뤄졌고 고산골도 입구에서 감우장 등산로가 약 1.5km, 토굴암에 이르는 800m 가량이 포장돼 있다.

1992년엔 안일사까지의 안지랑골 등산로에 시멘트가 깔렸고 1996년에는 산성산 항공무선 표지소가 건설되면서 대덕아파트 서쪽에서 시작되는 4.1km의 길에 시멘트가 입혀진 것.

지난 1월에는 달비골 진입로 포장을 두고 원기사측과 등산객들 사이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포장이 이뤄지고 절과 관계된 차량이 다니게 되면서 등산객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안지랑골 등산로 경우 시멘트 포장을 싫어하는 등산객들이 포장 안된 우회길을 만들어 다니기도 한다.

안지랑골 입구에서 만난 김모(47.대두 달서구 두류동)씨는 "시멘트 포장길을 내려와 밤에 집에 가면 무릎이 붓기도 한다"고 했다.

고산골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등산객들이 포장을 걷어내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며 "하지만 비포장이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산불이 났을 경우 차가 다니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북대 토목공학과 배상근 교수는 쇄석과 진흙을 섞어 다지는 포장 방법인 '혼합 기층골재' 방식을 제안했다.

△무분별한 등산로 개발

현재 앞산에는 큰골과 고산골, 안지랑골, 용두골, 달비골, 매자골, 무당골, 강당골 등 총 8개의 큰 골이 있다.

이 골짜기와 능선을 따라 16개의 주 등산로가 있지만 실제로는 등산로가 수백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게 앞산관리사무소측의 설명. 고산골만 해도 주 등산로 외에 3개의 등산로가 따로 있고 그외에 오솔길 수준의 등산로까지 포함하면 수백개에 이른다는 것.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오솔길 개발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오솔길 때문에 토양이 유실돼 식물이 자랄 수 없고 야생동물의 통로를 차단시킨다는 것. 때문에 생태계 보존차원에서도 주 등산로를 제외한 오솔길 수준의 등산로는 차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구가톨릭대 조경학과 전영권 교수는 "주 등산로를 따라 갈라지는 여러 갈래의 작은 등산로는 앞산생태 기능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동.식물의 관리도 엉망

식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지난 1998년 실시한 앞산식물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앞산에는 서어나무와 이팝나무, 타래난초, 산일엽초 등 희귀식물로 멸종위기에 처한 12종, 대팻집나무, 깽깽이풀 등 희귀식물 8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8년에는 해발 500m 이상 능선을 중심으로 북방식물인 가침박달나무 군락지가 여러 지점에서 발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산 정상에서 산성산 갈라지는 지점을 지난친 뒤 곧장 남쪽으로 내려가는 곳에 화왕산 억새를 연상케 하는 억새숲의 존재가 매일신문 보도(1996년10월7일)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희귀식물에 대해서도 대구시는 앞산이 '도시자연공원'이라는 명목하에 자연 그대로만을 주장, 체계적인 관리가 전혀 없는 상황.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간벌(솎아내기)과 가지치기하는 경우도 없어 잡림숲으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등산객 권기형(68.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아카시아 등을 잘라내고 등산로 주변에 보기 흉한 큰 나무 등은 잘라내야 하고 특히 봄철에 미루나무와 은백향나무 등에서 날리는 종자들 때문에 숨쉬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영남대 자연자원학부 김용식 교수는 "식물지리학적 측면에서 낙엽활엽수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와 다람쥐 등 작은 동물들이 살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재 앞산의 경우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먹을 물이 부족하다는 것. 갈참나무와 굴참나무 등 도토리를 만들어 내는 식물은 동물들의 먹이구실을 하는데 미치 자라기도 전에 등산객들이 주워 가기 때문에 이들의 개체수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경북대 조경학과 김용수 교수는 "소동물들이 먹을 옹달샘이 필요하다"며 "약수를 동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단기 종합 계발계획 세워야

내년부터 실시되는 주5일제를 앞두고 시민들의 발길이 접근성 좋은 앞산으로 더욱 몰려들 것이란 전망 아래 앞산을 개발해 서민들의 휴식처로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앞산 개발에 대해 지금까지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자연보호'라는 명목하에 중단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구시는 앞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과연 제대로 보호했느냐는 측면에서 많은 회의가 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발논쟁과 현황

지난 1995년과 1997년 두차례에 걸쳐 대구시는 앞산 큰골 케이블카 옆에 6천㎡의 시유지에 썰매장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 환경론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무위에 그쳤다.

2000년에는 케이블카 입구까지 등산객들을 실어나르던 의자형 삭도도 철거했다.

내년 11월에는 현재 남아있는 우주관람차, 바이킹, 밤바카 등 몇몇 유기장도 없앨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케이블카를 제외한 위락시설이 모두 없어지게 된다.

삭도가 철거되면서 케이블카 손님들이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케이블카 운영업체 대덕개발측은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삭도를 철거한 뒤 앞산 정상에는 젊은 사람들만 오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위락시설을 운영하는 대성개발 관계자는 "환경보전을 위해 삭도를 철거했지만 철거한 자리에 나무 몇그루조차 심겨 있지 않다"며 "다시 건립하려면 40억원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또 지난 1996년에는 지하수를 이용해 계곡 유지수를 개발하려던 계획도 '전시행정'이라는 일부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1997년 눈썰매장 논란 당시 찬성의사를 밝혔던 경북대 임학과 홍성천 교수는 "시민들이 갈 곳이 없다"며 "대구 근교 산림을 균형있게 개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발을 통해 얻는 수익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존적 개발

전문가들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앞산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금의 단순한 등산로에서 벗어나 테마별로 등산코스를 만들 것을 권유했다.

신라시대부터 축조된 고찰과 산성, 시비와 호국 위령탑 등 문화유적.유산을 중심으로 등산코스를 만들어 등산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

희귀식물을 중심으로 자연학습장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이곳에 연인들을 위한 산책로나 가족 단위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꽃들을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대덕문화전당이나 남부도서관 등 인프라가 구축돼 다양한 놀이문화가 발달할 수 있고 올들어 대구 남구청이 충혼탑~빨래터까지 추진하고 있는 먹을 거리마을 조성도 문화시설 확충이란 맥락에서 연구돼야 한다는 것. '앞산공원 개발을 통한 관광 특구로서의 발전방안'이란 논문을 쓴 윤수진(25.여.대구 남구 대명9동)씨는 "장기적으로 놀이문화,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 등 시설을 갖추는 것도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대구 남구청이 계획하는 조각공원 부지에는 아트힐(Art Village)형태의 공원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5만여평의 부지를 나눠 각종 숲과 조각, 체육시설, 복합전시관 등을 만들자는 것. 대덕산성 등 역사적인 이미지가 들어가도록 '역사의 숲', 각종 야생화원 등으로 만들어진 '예술의 숲' 등 테마를 정해 숲을 꾸미고 조각품도 곳곳에 두는 등 공원전체가 예술촌의 분위기를 풍기도록 하자는 것.

경산대 조경학과 권기찬 교수는 "세월이 흐르면 훌륭한 공원이 될 수 있고 공원 자체가 역사성을 갖출 수 있다"며 "보존할 것은 철저히 보존할 필요가 있지만 자연에도 인위적인 것을 가해 질서를 주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전문가들은 일본 홋카이도의 '다키노 공원'을 모델로 제시했다

기존의 산에다 자연관찰, 산림 스포츠시설, 숙박시설, 계류구역, 중심지역 등으로 나눠 개발한 다키노 공원은 보존과 개발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지역의 명물이 되고 있다는 것. 이곳은 자연 환경을 살린 다양한 참가형.체험형 레크리에이션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을 높여주고 환경.원예 등의 정보교류, 자연 교육 등의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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