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여론에 자신감 '정국 주도 의지'

입력 2003-10-13 11:58:42

노무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재신임 방법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재신임정국을 주도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며 정국을 일거에 '재신임정국'으로 급전환시킨 노 대통령은 이날 '12월15일을 전후해서 국민투표방식으로 재신임을 묻겠다'며 한나라당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하고 나섰다.

이처럼 노 대통령이 연일 초강수를 두는 것은 재신임 제안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불신임보다는 재신임여론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고무된 측면도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정치권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국면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재신임의 방법과 시기에 관한 생각을 밝히겠다"며 국민투표방식과 시기까지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불신임받았을 경우 대통령선거를 내년총선과 함께 치르자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고 신임받았을 경우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 국정쇄신을 단행할 계획"이라며 향후 일정도 제시했다.

대선일정과 향후 국정쇄신방향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은 정치권에서의 논란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비리의혹에 대한 조사 등 대통령측근의 비리문제로 정치공세에 나서기전에 한 발 앞서 연내 재신임투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정국을 재신임정국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이것은 전체 정국구도의 문제"라고 밝혔듯이 노 대통령은 재신임문제를 통해 정치개혁이라는 '그랜드 디자인'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신임을 통해 정국구도를 바꾸는 동시에 정치개혁을 정국의 화두로 삼고 내년 총선을 통한 대대적인 정치권물갈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1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장관이 국회에서 쫓겨나고 최고의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지명한 감사원장후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동의가 거부되고 대통령이 이렇게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이 상황은 국정이 안정됐다고 말할 수 없다"며 국정혼란을 재신임의 주요한 이유로 시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의도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공세적 자세를 누그러뜨렸다.

재신임요구에 어떤 조건이나 어떤 의도도 없다면서 '야당의 국정발목잡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반면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재신임과 연계하지는 않으면서도 강하게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노 대통령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면서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개혁과 △정치자금의 투명화 현실화라는 두가지를 제시한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노대통령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면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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