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스님' 불은사 주지 무공스님

입력 2003-10-10 13:54:37

달성군 불은사 주지 무공스님은 음식을 무지 좋아하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특히 '자장면 스님'으로 통한다.

돼지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넣어 만든 자장면은 산사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중의 별미다.

값싸게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배도 부르니 자장면의 매력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스님들은 국수류를 아주 좋아합니다.

국수를 보면 스님이 웃는다고 해서 산사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부르지요".

무공스님은 보름에 한번은 '승소'를 즐긴다.

자장면은 물론 칼국수, 수제비도 별미다.

음식에 관심이 많아 먹는 것을 좋아하는 무공스님에게 음식을 만들어 대중에게 먹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11일 오후 6시 경내 마당에서 여는 '산사음악회'에도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송이버섯을 푸짐하게 내놓을 생각이다.

이날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인원만 70, 80명씩 된다고 하니 가을밤 산사가 떠들썩해질 모양이다.

그런데 불자만 모일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가톨릭 수사가 사회를 보고 수녀들도 참석해 즐거운 만남을 갖는다.

"종교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음악회를 통해 큰 기쁨과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복지 실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사람의 모임을 통해 복지 도량을 세우는 것이 무공스님의 꿈이다

그래서 산사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바쁜 생활속에서 문화적 갈증에 목말라하는 현대인에게 청량감을 줄 수 있는 예쁜 도량을 만들기 위해 무공스님의 손길은 마냥 분주하다.

도신 스님과 포크송 가수 이종일씨가 출연하는 산사음악회는 서양음악과 우리 가락이 한데 어울리는 무대로 꾸며진다.

영남대 학생과 대학원생, 동국대 경주캠퍼스 국악팀도 참가한다.

"절에서 맑은 산채음식과 차를 마시며 대숲의 바람소리를 들으면 너무 큰 욕심은 버려도 되는데 끌려다녔구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때가 바로 부처님이 소원을 이루어 주시는 깨달음의 순간이 아닐까요".

무공스님은 누구나 산사에 오면 좋다고 하면서도 쉽게 수행할 생각은 못한다며 겁부터 내지 말고 자연과 친해지면 마음이 저절로 열리게 되는 법이라고 했다.

좋은 만남을 기대하며 사찰음식과 산사음악회를 준비하는 무공스님의 모습은 맑게 갠 가을 하늘처럼 즐거워 보였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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