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야반도주'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03-10-09 11:46:28

2년 연이은 태풍피해와 냉해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해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잠적하는 '야반도주' 이농민이 다시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중부지역 한 농협에서는 올들어 회원 36명이 농협 융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고향을 등졌다고 한다.

이같은 '야반도주'는 지역내 다른 단위농협에서도 매년 1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도시지역서 일용근로직이나 막노동꾼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다.

농촌경제가 파탄직전 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잦은 일기불순과 태풍 '매미'로 인해 농민들이 쌀농사와 고추.사과 등 과수농사를 망치면서 농가부채가 더욱 늘어 날 것이 걱정이 돼, '야반도주'를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농가부채는 가구당 2천여만원에 이르고, 지난 10년동안 3.5배가 증가했다.

5천만원 이상의 빚을 진 농가도 13%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소득의 절반을 쌀농사에서 얻고 있는 농민들에게 올해 20~30%의 수확감소는 치명적이 아닐 수가 없다.

여기에다 눈앞에 닥친 쌀시장 개방은 농민들로 하여금 더 이상 농촌에 남아있을 의욕을 빼앗아 가 버렸다.

정부에서는 농촌의 이같은 어려움을 예견한 듯 지난달 30일 '농어민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농어민들이 빌려 쓴 정책자금의 상환금리를 연 4%에서 1.5%로 낮추고 상환기간도 10년에서 5년거치 15년상환으로 20년 연장키로 했다.

이런데도 농민들의 '야반도주'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업은 이 땅에서 희망이 없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농민도 경제활동의 한 주체로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특단의 농업과 농민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가 개혁 핵심과제로 설정한 '국토균형발전' 프로그램을 '토론'만 하지말고 서둘러 내놓아 불안해 하는 지방의 민심을 달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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