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5년 영농후계자로 선정됐던 박 모(43.군위군)씨는 3년전 농사를 포기하고 최근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 융자를 얻어 1천300여평 논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온가족이 오이 농사에 매달렸지만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비닐값, 난방비,농약대금, 포장박스비 등 1년간 영농비는 4천600만원이나 들었으나 수입은 4천만원을 밑돌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농협 빚은 8천만원으로 불어났다.
박씨처럼 오이 하우스 농사를 짓던 송 모(44)씨도 어느날 갑자기 고향에서 사라진 뒤 경산 부근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재해와 함께 해마다 증가하는 영농비 압박,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농산물값, 수입 농축산물 범람으로 농촌경제가 파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올해는 태풍과 냉해 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전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북 중부지역 ㄷ농협에 따르면 올들어 농민회원 36명이 농협 융자를 감당하지 못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고향을 등졌다. 지역내 다른 단위농협도 매년 10여명씩 파산으로 야반 도주하는 농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농민들의 부채 규모는 대개 1인당 5천만원에서 1억원 수준이어서 농협들이 떠안은 부실 채권규모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군위 ㅇ농협의 경우 지난 1999년 농민수산업신용보증기금의 농가빚 보증을 떠맡았다가 최근까지 25억원을 물었으며 상호금융 대출 209억6천여만원 가운데 25억700만원(12%)이 고질 연체채권으로 밝혀졌다. ㅇ농협 관계자는 "올들어 영농을 포기한 농가재산을 경매처분하거나 경매가 진행중인 것이 15건"이라며 "연말까지 15건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의 채무를 보증하는 농신보 기금마저 고갈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조성한 농신보 기금은 총 1조1천508억원에 불과하나 농민들에게 보증한 금액은 19조3천889억원에 이르러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되고 있다.
이희대.정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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