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태풍' 분다...업체마다 '명암'

입력 2003-10-08 1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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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첫 '장기 불황'이 찾아온 가운데 '감원태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도 불구, 업종별로 호.불황이 명확해 '감원태풍'과 '구조조정'의 진로는 일단 예측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지역의 대표적 업종인 섬유를 비롯, 금융권과 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 등에서 감원 바람이 일 것이 확실시되고,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철강, 자동차부품, 건설, 전기, 전자 등에서는 대규모 인력충원이 실시될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우리.국민銀 계획 換銀도 루머

◇금융권=금융권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리은행은 6일부터 명퇴신청을 받고 있다.

직급별로 명퇴신청을 받고 있어 연령에 구분없는 퇴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대구.경북지역 28곳의 점포를 갖고 있으며 지역에 근무 중인 460여명의 행원 가운데 적어도 수십명의 퇴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대구.경북지역 19곳 기업형 점포 가운데 3곳과 대구.경북본부의 1개 팀을 6일자로 없애기로 결정, 30여명의 퇴사가 불가피해졌다.

또 국민은행은 78곳에 이르는 지역 일반 점포 가운데 5곳을 더 줄일 방침이어서 60여명 내지 70여명이 나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감원설에 휘말리고 있는 외환은행은 일단 '루머일 뿐'이라는 해명에 나서고 있으나 최근 최대 주주가 바뀌어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여러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역금융기관인 대구은행은 "연내엔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했으나 올해 채용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볼 때 경기상황에 따라서는 감원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구미 코오롱.효성 내부조정說

◇섬유업계=코오롱.효성 등 구미지역의 대형 업체는 일단 대외적으로 밝힐 만한 구조조정은 없다고 응답하지만 '내부적 조정'은 점쳐지고 있다.

효성의 경우, 불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는 데다 성과급제 등이 시행되고 있어 고용조정 수단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다양화됐다는 것.

워크아웃 중인 동국무역은 구조조정이란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항상 구조조정 중이라 앞으로 추가 조정 유무에 대해 확언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언제든지 인력 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

대구지역 업체들도 신규 채용 계획없이 인력 자연감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이 많아 내부적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태왕.화성 "인력 되레 모자라"

◇건설업=태왕이 최근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최근의 아파트 건설 활황세를 타고 건설업계는 상대적으로 감원 바람이 덜하다.

태왕의 경우, 지난달에 대졸 건축기사 등 10여명의 신규 인력 공채를 했다.

화성산업 건설부문도 감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파트 수주가 많아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라는 것. 화성산업 황진수 과장은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은 아직 없지만 감원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건설회사 대부분이 구조조정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중인 대우건설은 곧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에 따라 구조조정 계획이 실행될 것으로 직원들은 보고 있다.

인수자가 확정되면 기존 직원들에 대해 명예퇴직 등의 형식을 빌려 감원을 유도할 것이라는 예상.

동아.대백 "어렵지만 아직은…"

◇유통=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지만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 등 지역 양대 업계는 일단 감원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한술 더 떠 최근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지난주 원서접수를 마감한 동아백화점은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

불황여파를 타고 있는 할인점 업계도 아직은 구조조정에 나설 단계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경기가 상당히 위축돼 있지만 점포를 오히려 늘릴 방침이어서 인력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립.평화산업 대규모 채용

◇자동차부품=대구.경북지역의 신흥 효자업종으로 떠오른 자동차부품 업계는 감원 예외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원이 1천명을 넘어서는 한국델파이는 신규 인력 채용계획은 없지만 감원 계획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삼립산업과 평화산업 등은 오히려 대규모 채용을 하고 있다.

삼립산업 김희진 이사는 "전문대졸과 대졸자 등 약 수십여명을 가을에 뽑는다"며 "자동차 부품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 구조조정은 생각도 못한다"고 했다.

삼성 등 전기.전자 전반적 호황

◇철강, 전기.전자=경북지역 산업의 양대 산맥인 철강업계와 전기.전자업계도 전반적으로 호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최용호 부장은 "휴대전화 제조공장의 경우, 추석에도 대다수 근로자들이 나와 일할 만큼 호황"이라며 "대졸 인력 채용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으며 구조조정 계획도 없다"고 했다.

호황기를 맞고 있는 포스코도 대졸자 150명을 뽑은 데 이어 고졸 근로자도 150명 더 뽑을 예정이다.

구조조정은 당연히 없다는 입장이다.

INI스틸도 최근 현장직 25명을 추가로 뽑는 등 내수.수출 호조에 따라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으며 동국제강도 채용계획이 없을 뿐 감원도 없다고 했다.

한편 대기업 외에 포항지역 일부 중견 철강업체는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는 대구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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