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캠퍼스 모라토리엄'族 늘어

입력 2003-10-08 10:56:21

영남대 토목공학과 4학년인 오모(26)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이번 학기를 휴학했다.

나름대로 취업 준비에 공을 쏟아 왔지만 올해가 IMF 이후 최대 취업난이 될 것이란 전망에 아예 취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씨의 하루 일과는 숨돌릴 틈도 없이 빡빡하다. 새벽 6시 기상-아침 8시 학교 앞 영어학원 수강-도서관-오후 6시 토익(TOEIC).면접스터디-밤 11시 귀가. 오씨는 "복학후 취업 준비에 매달려 왔지만 막상 취업을 하려 하니 너무 부족한 것 같았다"며 "휴학하는 동안 영어실력을 높이는 한편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도 몇 개 취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이 예고되면서 취업 때까지 졸업을 늦추는 이른바 '캠퍼스 모라토리엄족(族)'이 대학마다 크게 늘고 있다. 기업체 100곳에 원서를 제출해도 10개 업체의 서류전형조차 통과하기 힘들다는 '10%의 시대'에 도전, 실패하느니 차라리 한 학기라도 졸업을 미뤄 훗날을 기약하겠다는 것.

실제 영남대의 경우 9월 말 현재 899명이 이번 학기에 일반휴학(군입대 휴학 제외)을 신청했으며 이중 4학년 비율이 40.6%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휴학생 755명보다 19% 증가한 수치며 4학년 비율은 4%이상 높아진 것. 경북대도 4학년 2학기 일반휴학생이 639명으로 지난해 593명보다 8% 정도 증가하는 등 대학마다 4학년 휴학이 붐을 이루고 있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4학년 박모(27)군은 "친구들 중 절반 정도가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했다"며 "취업재수생은 무엇인가 부족하기 때문에 재수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 것도 휴학생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취업 유예' 현상이 확산되는 이유는 대다수 대기업들이 졸업예정자로 취업지원 자격을 못박고 있어 졸업자의 경우 아예 원서조차 낼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북대 취업지원팀 김기동(45)씨는 "취업준비를 1학년때부터 하지않고 2학년때 시작하면 실패한다는 '1당2락'이란 말이 있을 만큼 철저한 준비가 취업의 필수요건"이라며 "학점관리뿐 아니라 원하는 직장과 관련된 현장경험도 충분히 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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