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하는 '버스데이 걸'은 국제 사기결혼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다.
외로운 노총각의 '사랑 찾기'에 스릴러적인 요소도 살짝 가미했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완숙된 연기를 보여주는 니콜 키드먼과 프랑스의 뱅상 카셀, 마티유 카소비츠가 출연했다.
니콜 키드먼은 노총각 울리는 러시아 처녀로 나와 악녀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제목 '버스데이 걸'(Birthday Girl)은 '생일날 사기치는 여자'로 해석되겠다.
런던 교외의 한적한 마을. 성실한 은행원 존(벤 채플린)은 인터넷으로 아내를 찾는다.
'러시아로부터 사랑을'이란 사이트를 발견하고 나디아(니콜 키드먼)를 '주문'한다.
영국에 도착한 나디아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늘씬한 여성. 그러나 '예스' 말고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반품'을 결심하지만, 나디아의 '육탄공세'에 빠져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애정이 솟아날 무렵, 나디아는 생일을 맞고, 그 날 사촌 오빠라는 유리(마티유 카소비츠)와 친구 알렉세이(뱅상 카셀)가 찾아온다.
감독은 영국의 신예 감독 제즈 버터워스. 형 톰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호주 배우 키드먼과 연기파로 이름난 프랑스 배우 카소비츠, 카셀, 영국배우 벤 채플린을 합류시켰다.
쉴새없이 러시아 액센트의 대사를 내뱉지만, 이들 등장인물은 모두 러시아와 거리가 멀다.
영국 사회의 소외, 국제 결혼의 허상 등 사회적인 문제를 연상시키겠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남녀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골 은행의 어리숙한 노총각, 돈 밝히는 뺨치게 예쁜 '여우'. 애초에 둘의 교차점은 없다.
"예스" 밖에 못하던 그녀는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고, 그들의 안방을 차지한 칩입자 알레세이와는 연인사이. 더구나 그의 아이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인질로 잡자 존은 은행 금고까지 턴다.
물론 그것이 모두 짜여진 각본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지만, 나디아를 향한 순수한 마음은 멈추질 않는다.
결국 존의 눈물겨운 분투에 얼음같은 그녀의 마음도 차츰 녹기 시작한다.
가을 사랑찾는 연인들에게 잘 어울릴 이 영화는 34세의 신인감독답지 않게 따뜻하고, 아릿한 사랑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니콜 키드먼이다.
그녀는 최근 '디 아워스', '도그빌' 등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 출중한(?) 외모와 함께 연기, '머리까지 뛰어난' 여배우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버스데이 걸'은 2001년 작. '물랑루즈', '디 아더스' 직후 찍은 작품이다.
다소 뒤늦은 개봉. 그러나 세상의 각박함에 내둘려 살다 진실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18세 관람가. 93분.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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