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국감, 현대.SK비자금.송두율 '여운'

입력 2003-10-07 13:58:54

국회 법사위의 6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대비자금+α 사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검찰 수사, SK그룹의 정치인 및 전 국정원장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 등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을 수 있는 핫 이슈들을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이 펼쳐졌다.

▨현대비자금 정치권 유입=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비자금 사건에 대한 핵심증인을 출석시킨 가운데 '진실 게임'을 벌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등은 "2000년 총선 당시 권씨를 통해 민주당으로 유입된 현대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중단됐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많이 썼고 신당 자금도 마련했다는데 밝히라"고 추궁했다.

통합신당과 민주당은 이씨를 집중추궁하며 권씨 등에 대한 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권씨는 시종 '억울하다' '이익치 말은 다 거짓이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증언할 때마다 '거짓말'이라며 끼어들었다.

박씨도 특유의 꼿꼿한 자세로 결백을 주장했다

이씨는 자신이 '심부름꾼'임을 강조했다.

"정몽헌 회장이 박 전 장관에게 150억원을 줬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고 해서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건 거짓말'이라고 맞받았다.

현대비자금의 민주당 총선자금 유입설에 대해 권씨는 "두 기업인에게 100억원을 빌려 50억원은 당에서 갚았고 50억원은 이상수 전 총장에게 갚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상수 의원은 이에 대해 "오래 전부터 민주당을 지원해온 그 기업인은 빌려준 돈이 100억원이라고 말했다"며 "권 고문의 말이 대체로 사실로 보인다"고 했다.

▨송두율씨 수사=송광수 검찰총장은 "송 교수의 입국 경위와 배경에 대해서도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송 총장의 '배후 수사' 답변은 박정삼 국정원 2차장과 이종수 KBS 이사장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차장은 공교롭게도 송씨가 귀국하기 1주일여 전에 베를린을 방문했고, 이 이사장도 지난달 초 베를린을 방문해 송씨의 귀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배후 수사로 한나라당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기획 입국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념논쟁이 격화되는 등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송씨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이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가급적 수사를 빨리 마무리한 뒤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 송 총장의 '철저 수사' 답변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다.

▨SK비자금=검찰 수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해 '검찰 저격수'란 별칭을 얻고 있는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SK그룹이 정치인 외에 김대중 정권 하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사람에게도 수십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데 사실이냐"고 송 총장을 다그쳤다.

송 총장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적극적인 부인을 하지 않았다.

함 의원은 국감 직후 "SK 손길승 회장이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 총장이 부인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이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비자금에 이어 SK비자금이 정가에 회오리를 몰고 올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SK비자금 수사 직전에 "규모가 현대비자금(350억원)보다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검찰 안팎에선 SK그룹이 2000년 총선 당시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60억원 △구 여권 전.현 중진의원에게 각각 20억원 △야당 중진의원에게 30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SK그룹은 대선 자금으로 여야에 각각 7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다 전 국정원장까지 추가되면 350억원을 거뜬히 넘는다

정치권의 대형 게이트로 번질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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