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덫 걸린 20대女 인생유전

입력 2003-10-07 13:58:54

'티켓 다방에서 단란주점으로, 그리고 강제 결혼에서 사창가까지'.

김모씨(23.여.경북 영양군)는 아직도 지난 1년여간의 끔찍한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고 졸업뒤 구미의 공장에서 일하다 돈을 벌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다방에 발을 디딘 것이 지울 수 없는 인생의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남동생이 잇따라 사고로 숨진뒤 김씨가 충남 아산의 모 다방에 취업한 것은 지난해 5월. 가족들의 불행이 돈 때문이라 생각한 탓에 '단숨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굿을 해야 돈을 번다는 다방 업주의 강요로 굿값 300만원을 빌린 것이 빌미가 돼 돈을 벌기는커녕 한달여 만에 빚은 6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후 김씨의 삶은 '현대판 노예'로 전락했다.

빚을 담보로 한 업주의 요구로 지난해 6월 정신지체가 심한 박모(27)씨와 강제 결혼까지 당한 것.

그러나 결혼 생활을 이기지 못해 빠져 나온 김씨는 또다시 무허가 소개업자 김모(38)씨에게 넘겨지면서 충남 당진과 전남 순천 등 전국을 옮겨다니며 윤락을 강요당하는 생활을 하게됐다.

이후 부산 완월동의 사창가로까지 팔려가는 신세가 된 김씨는 결국 지난 6월 언니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한뒤 경찰의 구출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1년여 동안의 생활끝에 김씨에게 남은 것은 1천300여만원의 빚더미와 몸과 마음의 상처뿐.

대구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6일 무허가 소개업자 김모(38.충남 당진)씨와 임모(46.전남 순천)씨를 비롯, 티켓 업주 이모(50.충남 공주)씨 등 3명을 3개월간의 추적끝에 붙잡아 구속하고 김씨에게 윤락 행위 등을 강요한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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