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나노튜브

입력 2003-10-07 08:59:07

꿈의 신기술로 불리는 나노기술(NT:nano technology)은 전자현미경으로 겨우 볼 수 있는 원자나 분자 크기인 10억분의 1m의 초미세 세계를 다룬다.

그러나 나노기술의 진면목은 단지 크기가 작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초미세 세계에서 원자나 분자를 '개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물질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점이 나노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나노세계는 워낙 초미세 세계이기 때문에 거시적 물질에서 점차 원자크기의 물질로 줄어나가는 '탑-다운(Top-Down)' 방식보다는 원자나 분자가 스스로 물질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자기조립 물질이 주목을 받게 되는 데, 최근 미래산업의 판도를 바꿀 10대 신기술 중 하나로 뽑힌 '탄소나노튜브(CNT:Carbon Nano Tube)'가 바로 대표적이다.

단순히 흑연덩어리로 구성된 탄소나노튜브가 무엇이며,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 알아본다.

◇탄소나노튜브=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서로 연결된 관 모양을 이루고 있는 원통형 모양의 신소재다.

가는 것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이고, 가장 굵은 것도 머리카락의 1천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잡아당기고 버티는 힘은 다이아몬드 보다도 더 강하다.

강철과 비교하면 무려 10만배나 강한 셈이다

탄소나노튜브는 튜브의 지름이 얼마인가에 따라 도체가 되기도 하고 반도체가 되기도 하는 성질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차세대 반도체로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탄소나노튜브가 반도체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면 기존 실리콘의 1만배인 테라바이트급의 엄청난 집적도를 가진 메모리 칩 제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평판 디스플레이장치의 대변혁=탄소나노튜브가 반도체 분야에 상용화 되기까지는 10여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르면 내년이나 2005년쯤 가정에서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텔레비전과 컴퓨터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이미 탄소나노튜브를 전자총으로 사용한 차세대 초박막 TV브라운관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한 방향에서 전자를 투입하면 반대 방향으로 엄청나게 강한 빛을 발산하는 성질이 있다.

현재 텔레비젼이나 컴퓨터 화면은 화소 사이즈가 작을 수록 화면이 밝은 반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하면 화면 밝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또 일반 텔레비전의 브라운관에 사용하는 전자총이 필요없게 된다.

따라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전기 소모량이 크게 줄어들 뿐아니라 두께도 1mm 이하로 얇아질 수 있다.

벽걸이 그림보다 더 얇은 텔레비전과 컴퓨터 화면의 출현을 바로 이 탄소나노튜브가 가능케 하는 것이다.

◇무한한 응용분야를 가진 신소재=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차량의 60% 정도가 금속성을 띤 탄소나노튜브가 들어간 연료통과 연료관을 달고 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정전기 때문에 유조차 등의 경우 대형 폭발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데, 탄소나노튜브는 골치아픈 정전기를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또 연료관에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면 금석보다 더 강한 내구성을 지니게 된다.

환경오염 예방에도 탄소나노튜브는 빠뜨릴 수 없는 소재다.

형광등에 사용되는 환경오염 물질인 '수은'을 대체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탄소나노튜브에 전자를 쏘아 엄청난 밝기의 조명기구를 만드는데 이미 성공했다.

의료분야에 탄소나노튜브가 적용되면 획기적인 치료법이 가능하게 된다.

탄소나노튜브에 약물을 묻혀 나노로봇에 실어 인체로 보내면 치료가 필요한 부분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약물복용에 따라 약물이 불필요한 부분에까지 스며들어 세포를 파괴하는 부작용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밖에도 탄소나노튜브는 우주복과 같은 초강력 섬유, 몇 분만 충전해도 수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충전기, 스틸스기와 같은 각종 군사무기, 수소연료전지, 탄백질과 탄산가스를 탐침하는 센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래의 신제품을 탄생시키는 필수소재다.

◇향후 과제=탄소나노튜브의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센서와 STM주사전자현미경, 탐침 등에 쓰이는 정제된 '싱글월(단일벽)'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g당 수 백만원의 이르는 초고가다.

디스플레이나 나노복합소재, 촉매담체(촉매의 표면적을 높여 촉매반응을 향상시키는 물질) 등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멀티월(다중벽)' 탄소나노튜브 역시 정제된 것일 경우 kg당 100만원을 웃돈다.

탄소나노튜브가 다양한 산업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기 위해서 대량생산을 통한 생산비용 절감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 소재에 대한 원천기술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어서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비싼 로열티를 물어야 하는 탓에 우리와 같은 후발 국가들은 응용·산업화 분야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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