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8)군은 어린이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자와 음료수는 거의 먹지 않는다.
색소가 들어간 색색깔의 음료수와 수입 밀가루로 만든 과자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엄마가 현미밥과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주는 천연 간식을 먹는다.
혀에 녹아드는 맛과 간편성, 이동성을 무기로 어린이들을 붙잡는(?) 패스트푸드 물결속에서 김군의 건강 입맛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권호정(35.대구시 중구 삼덕동)씨의 노력 덕분이다.
녹색살림생활협동조합(=녹색살림생협) 회원인 권씨는 우리 몸을 살리고, 우리 농촌을 살리는 먹을거리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유기농산물을 선택해서 직접 조리했다.
다소 거친 현미식에다 울퉁불퉁 못생긴 무농약 과일, 다시마 멸치 등 천연식품을 활용한 건강식을 먹는 권씨네 가족은 보약 없이도 건강하다.
◇녹색살림생협 16개월 만에 30배 성장
권씨가 회원으로 있는 녹색살림생협은 환경과 우리 농업을 생각하는 토종 단체로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10명으로 출발한 녹색살림생협 회원은 16개월 만에 280여명으로 늘어났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직접 풀어내기 위해 출발한 녹색살림생협은 이제 대구.경북의 친환경농법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임박한 데다 이제 수입되지 않는 농산물이 없을 정도로 수백가지 외국 농산물이 싼 가격, 이색적인 맛을 내세워 주부들을 공략합니다.
유통과정이 긴 수입농산물의 안전성은 100% 믿기도 어렵고, 또 우리 먹을거리를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합니다"
권씨를 포함한 녹색살림생협 회원들은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여 친환경농사를 짓는 기반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믿고 우리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녹색살림생협은 어떻게 운영되나
녹색살림생협은 생산비용과 유통.물류비용을 분리했다.
유기농법을 쓰는 농민들은 생산 제비용을 감안한 실질적인 가격을 보상하고 소비자들은 환경농산물을 원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공동구매 방식을 채택하여 유통 물류비를 낮추고 있다.
◇취급 종류 다양하고 값도 싸
무이익 소비자생활협동운동인 녹색살림생협은 꽤 많은 630여가지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쌀, 보리쌀, 찹쌀, 현미, 수수, 콩, 팥 등 곡류는 물론이고 방사하여 기른 가금류, 무농약 과일과 채소, 무농약 딸기잼, 토마토케첩, 양념류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류, 환경세제 등도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한달 가계부를 써보면 결코 생활비가 더 많이 나가지 않는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싼값에 큰 묶음으로 판매하는 할인점이나 대형소매점에서 충동적으로 필요 이상의 식품을 샀다가 냉장고에서 썩혀 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녹색소비자 심현정(33.여.대구시 수성구 만촌1동)씨는 "생협에선 물품구입 3일 전에 반드시 예매를 하는 계획된 소비를 할 수 있어 생활에 균형이 잡히고 질좋은 제품을 적정량만큼 사니 더 싸게 사는 셈"이라고 강조한다.
심씨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가 이루어지므로 농산물 가격이 유통 과정에 따라 들쑥날쑥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한다.
◇녹색소비자가 되려면
녹색살림생협의 회원이 되기 위해선 출자금 3만원을 내고 매월 2만7천원~3만원의 조합비를 내면 된다.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는 대신 조합비로 생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살림생협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봄에는 오리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생산지에 가서 오리 입식을 함께 하고 가을에는 소비자들이 가을걷이에 참여한다.
또 녹색살림학교를 통해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어떻게 요리해야 유기농산물의 특성을 살리고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한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같이놀자 캠프도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매달 열리는 같이놀자 캠프는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자연을 가깝게 접하며 노는 것이 특징.
권호정씨는 "컴퓨터나 게임기가 없으면 심심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면서 "캠프에 다녀온 후로 아이가 과자나 색소가 든 음료수를 스스로 멀리하게 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라고 말한다.
◇생태공동육아사업도 있어요
또 생태공동육아도 생협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이웃들과 공동육아를 하고 있는 심현정씨는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나 위험한 색소가 첨가된 음료수를 간식으로 줄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또 건강하고 살아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직접 교육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라며 공동육아에 만족했다.
녹색살림생협 오창식 사무국장은 생협의 정신이 먹을거리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형 소매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쉽고 간편하지만 이로 인한 이윤은 모두 대기업이 있는 서울로 집중하게 됩니다.
또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자립적으로 사는 방식이 뭔가를 고민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죠.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만큼 음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생협의 숫자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 한살림 간사 천규식씨는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농민과 소비자가 늘어간다는 증거이므로 매우 반가운 일"이라며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과는 다르며 농민간 경쟁을 부추겨 소비자가 이윤을 남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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