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포항고교 평준화 갈등 심화

입력 2003-10-06 13:32:22

경북도내 고교 평준화 문제를 놓고 각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도내 고교학생의 25%를 차지하는 포항 지역은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8년 결성된 포항시 고교평준화추진위는 고교서열 폐지로 건전한 인성을 함양해야한다며 고교 입시제 폐지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평준화반대 범시민협의회는 섣부른 평준화는 사교육비 증가와 우수인재 유출 등 부작용을 가져온다며 맞서고 있다.

◇ 평준화 촉구

"요즘 시험기간인데 중학교 2학년 생이 새벽 2시까지 학원에 남아 공부한다". 학부모 정모(포항시 북구 용흥1동)씨는 중학교 내신 즉 수행평가와 학교성적으로 고등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중 1때부터 전과목 과외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포항시내 입시학원의 수업현황은 이 지역 중학생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새벽 2시까지 담임 선생님이 지도합니다". "국영수 과학 사회뿐만 아니라 시험기간엔 예체능과목까지 특별 지도합니다". "어느 중학교죠? 안됩니다.

우리 학원은 OO중학교 전문입니다". 학교가 다르면 시험기간이 다르고 집중적인 지도가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내신성적을 향한 경쟁이 전쟁수준임을 보여준다.

"포항에는 우수학생을 수용할 특수 목적고인 경북과학고, 자립형 사립고인 포철고가 있어서 평준화한다고 우수학생이 외부로 대거 유출되지는 않는다". 평준화 추진위 서재원 집행위원장은 평준화 후 인재유출은 기우라고 말한다.

또 평준화 후 수도권의 사교육비 상승과 관련, 수도권의 경제력과 사교육 열기일 뿐 수도권과 지방을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 위원장은 평준화가 대학입시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평준화할 경우 우수학생들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나은 내신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학교 시절 내신에 매달리는 대신 폭넓은 독서로 수능시험의 논술과 언어영역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교복만 보면 학생의 등급이 드러난다.

명문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3년 내내 열등의식에 시달린다.

의욕을 잃고 아예 포기하는 학생도 있다". 박순기(가명)씨는 "어떤 중학교는 1학년 때 8개 학급이던 것이 3학년이 되면 7개 학급으로 줄어든다.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읍면지역으로 전학하기 때문이다"며 고교 서열화는 어린 학생의 인격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 평준화 반대

"학생간에 실력 차가 뚜렷한데 평준화할 경우 수업이 제대로 되겠는가? 평준화 후에는 대입과외가 극성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입학정원 40명인 과학고와 중학교 성적 약 3%이내 학생이 입학하는 포철고만으로 우수학생을 모두 유치할 수는 없다". 포항지역 고교 평준화 반대범시민협의회 김용재 공동의장은 평준화할 경우 우수학생의 대구나 경주 유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김 의장은 또 학력수준 차가 큰 학생들을 마구 섞을 경우 수준에 맞는 학습지도가 어렵고 학력 하향평준화는 필연적이라고 덧붙인다.

평준화반대협 전홍기 부의장은 "비평준화지역인 포항은 인구 50만명에 학원수가 700개에 불과하지만 평준화된 서울의 경우 강북인 휘문동과 이문동의 학원수가 1천개에 달하며 학원비도 포항의 2~3배에 이른다"며 평준화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 부의장은 또 평준화를 시행할 경우에도 명문 비명문이 정해질 것이고 위장전입, 아파트가격 폭등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동의 경우 평준화를 실시했지만 우수학생 유출과 명문대 진학자 수 감소로 비평준화로 돌아섰다.

평준화된 학교 내에서 수준에 따라 분리 수업한다면 오히려 학생들간 위화감과 열등의식을 부추길 것이다". 안동여고 김오현교장은 학생의 수준과 능력에 맞춰 선발 교육하는 것이 교육정책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포항 평준화반대 협의회 측은 경북도 교육청 예산으로 학교간 엄청난 시설격차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간제 교사문제도 최소 2007년은 돼야 해결된다며 섣부른 평준화는 교육을 망칠 뿐이라고 평가한다.

◇경북도교육청 입장

경상북도교육청 이영우 중등교육과장은 "일부 여론조사에 평준화 찬성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수결로 교육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윤세룡 교육과정담당 장학관은 10월 중 평준화 적합성 연구를 위한 용역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용역의뢰가 늦어진 데 대해 "평준화를 시행 중인 전국의 시도를 방문, 평준화 장단점에 대한 기초조사를 해왔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평준화 타당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3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정경구.조두진.박진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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