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고로파출소 체육관 인기 '상한가'

입력 2003-10-04 1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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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기도 배웠다며 뽐내던 포항의 친척 동생을 만나면 이제 코를 납작하게 해줄 자신 있어요".

경찰관 사범의 구령에 맞춰 검도.합기도.태권도 등 무술을 배우느라 장호영(고로초.5)군의 이마엔 구슬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군위군 고로면 학성리. 웬만한 면소재지에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 학원이나 태권도장 한곳 없는 산간오지다.

학교가 끝나도 집안을 뒹굴며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보내기 일쑤였던 아이들은 요즘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파출소로 모여든다.

지난달 초 고로파출소 정진현(52)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한 체육관에서 검도.합기도.태권도 등 무술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체육관이라고 해봐야 비가 새고 유리창도 깨진 허름한 10여평 창고다.

직원들이 스티로폼 메트를 깐 후 평소 개인 소지품인 샌드백.역기.줄넘기줄 등을 갖다놓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지도하는 경찰관 사범이나 무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의 열의는 어느 곳보다 뜨겁다.

합기도 3단인 윤석진 부소장(고로파출소.37)을 비롯해 이곳 직원들 모두가 태권도.합기도.검도.특공무술 유단자들이다.

이남식(11)군의 "회전낙법 시범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윤부소장은 거침없이 공중을 한바퀴 휙 돌았다.

TV에서만 보던 무술시범이 눈앞에 펼쳐지자 아이들은 감탄한 듯 연신 고사리손으로 박수를 치며 환성을 질러댔다.

김정호(고로초.4년)군은 "평소 달걀을 많이 먹어 배가 많이 나왔는데 열심히 운동해 남들처럼 날씬해지고 싶다"고 했고 정민지(11)양은 "시간이 남아도 놀곳이 없었는데 이제 놀이 공간이 생긴데다 호신술까지 배울수 있게돼 너무 좋다"고 했다.

주민 이형범(44.학성리)씨는"놀이공간이 없는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 시간보내기 일쑤였는데 경찰관이 학생들에게 무술을 지도함으로써 청소년 탈선 방지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진현(52) 파출소장은 "허름하게 방치된 창고가 체육관으로 바뀌어 학생들에겐 놀이공간을, 직원들에겐 체력단련장 등으로 활용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일반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운동기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군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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