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 시즌이 돌아 왔다.
이 상은 1901년에 제정된 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문학상.평화상과 1969년부터 주어지기 시작한 경제학상 등 모두 6개 부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노벨문학상은 '꽃'으로 꼽히며, 세계적인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마다 이 상의 수상 결정을 전후해서 지구촌의 언론들은 아름다운 긴장과 흥분으로 일렁이며,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물질문명으로 뒤범벅이 된 세상이지만,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꺼져갈 듯 조그맣게 명멸하는 불씨처럼 이 상은 잠깐 축제의 불꽃을 피워 올려주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노벨상은 여전히 구미(歐美) 열강 중심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4개국이 역대 수상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가물에 콩 나듯이' 유색인종이나 제3세계 쪽에 상을 주기 시작한 것도 극히 근래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학상 후보 명단에 올랐다는 소문만 나돌았을 뿐 여태 수상자를 내지 못했으며, 한 번의 평화상 수상이 고작이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존 맥스웰 쿠체가 선정됐다.
한림원은 '정교한 구성, 풍부한 대화, 예리한 분석'으로 '서구 문명의 잔인한 합리주의와 위선적인 도덕성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도 '야만인을 기다리며' '추락' '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번역돼 있지만, 영국의 최고 권위인 부커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작가인 모양이다.
▲쿠체의 수상으로 남아공은 1991년 나딘 고디머에 이어 노벨문학상을 두 번 배출한 나라가 됐다.
쿠체도 몇 년 동안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거론돼 오다 이번에 영예를 안았지만, 남아공의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의 소설들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대립항을 설정하면서 남아공의 치욕스럽고 복잡다단한 현대사를 완곡한 방식으로 표현했으며, 사제(司祭)와 같이 자기를 단련하면서 창작에 헌신해 왔다니 우리에겐 귀한 교훈을 안겨준다.
▲노벨상에 국운(國運)이 걸린 듯 호들갑을 떠는 것은 딱한 노릇이다.
해마다 강 건너 불을 바라보듯 하는 처지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노벨문학상은 한 나라가 키워낸 정신이 세계적 맥락 안에서 보편적 의미를 부여받는 뜻을 지닌다는 점에서 각별히 아름답다.
우리도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는 동안 문학적 토양은 충분히 다져 왔다.
번역 등의 한계 극복도 과제겠지만, 치열한 정신을 가진 문학이 지구촌에 널리 빛을 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쿠체의 수상은 다시 말해주는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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