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시절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지금 도처에 몰상식과 무원칙이 판을 치고 있다.
엄청난 위력의 태풍이 온다고 예고된 날 대통령은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었는가 하면 경제부총리는 태풍 내습 와중에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는 등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오히려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뮤지컬 관람이 물의를 빚는데도 한 장관은 "그게 뭐 대순가. 대통령은 오페라도 보지 못하나"라며 과잉 충성발언을 하는 장관도 있다.
결국은 옷을 벗고 말았지만.
한쪽에선 문화계 인사의 코드인사로 시끄럽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옆에 두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정도를 넘어서서는 곤란하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을 나무라는 격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국회에선 의원님(?)의 권위도 사정없이 추락하고 있다.
국정감사장에 증인 출석을 요구해도 연락을 늦게 받아 참석하지 못한다거나 갖가지 사유를 들며 무시당하기 일쑤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 증인은 의원들의 국감 자세를 되레 '질책'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간 논란으로 제대로 열리지 않자 이를 보다못한 증인이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라며 나무랐던 것이다.
결국 사과는 했으나 의원들은 한동안 어이없어 하며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비리에 연루돼 구속수감돼야 할 의원들을 방탄국회를 열어 감싸주고 고작 몇 개월 남은 국회의원 직을 유지하기 위해 탈당을 않고 눈칫밥만 먹고 있는 의원들도 오십보백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입증하듯 국정감사에 동행하고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제주에서 정무부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백만원 상당의 술파티를 벌였다.
나중에 말썽이 나자 결국 술값을 내기는 했지만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한 전직 대통령은 미납추징금 1891억원에 대해 고작 1790만원 어치 재산을 경매에 부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사상 초유로 벌어진 전직 대통령 사용 물품 경매에 무려 4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키 어려운 부분이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사건은 과연 우리 사회의 법과 정의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전말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법무부 장관은 면죄부를 시사했고 대통령은 청와대에 초청하려다 주위 만류로 그만뒀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공안당국인 국정원장은 공소보류라는 어정쩡한 태도로, 공영방송은 미화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얘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모두가 상식과는 동떨어진 생각과 대응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회 상규에 맞게 대응했더라면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았을 터였다.
이러는 판국에 일반 백성들이야 오죽하랴.
대구에서는 그동안 상상도 못하던 평당 1천만원 가까이 하는 아파트가 분양되고 있고 서울 등지에서 수십조원의 투기자금이 지역에 몰려 몇 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바람에 대구 수성구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모처럼 일던 부동산경기마저 숙지게 만들었다.
서민들의 한숨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자식들 학원 교습시키느라 허리가 휘는 서민들. '사오정, 오륙도(45세면 정년퇴직하고 56세까지 남아있으면 도둑놈 소리를 듣는)'라지만 채 50도 안된 채 거리로 내몰리는 명퇴자들. 수해로 한숨짓는 농어민들은 아랑곳 않고 바로 곁에서 낚시하는 뻔뻔족들. 모두가 순리를 그르치고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 아닐까.
우리 사회 전체가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있다.
상식은 물 흐르듯 순리에 맞아야 한다.
누가 봐도 바로 그것이 맞다고 인정하는 보편 타당한 진리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선 상식과 거리가 먼 일들이 너무나 자주, 그리고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몰상식과 무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일 수가 없다.
법과 질서가 지켜지고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는 사회는 아직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홍석봉(정치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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