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가을햇살이 살갗에 와 닿으면 일상을 벗어나 훠이훠이 다녀오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를 옭아매고 있는 일에서부터 이것저것 따져보다가는 이내 미루기 일쑤이니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런 날에는 마음을 달래며 책 속 여행을 떠나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기에 딱 어울리는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우리 국토 곳곳을 누비면 최소한 며칠은 즐거워질 것 같다.
저자에게서 주제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도 한 장 옆에 놓고 떠나는 여행, 가끔은 저자가 베푸는 지식의 심연에 빠져들기도 하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호젓이 거니는 기분이 드니 이 얼마나 기막힌 여행인가.
오늘 내가 집어든 책은 '숲을 그리는 마음'.
동양화가이기도 한 저자가 자연을 숲이라 통칭하고 역사의 숨결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내어주니 가히 생명력이 있는 책이라 말할 수 있다.
간간이 지루하지 않게 쉬엄쉬엄 쉬어가라고 그림을 곁들여놓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정감을 가지게 된다.
한지에 수묵담채로 그린 생생한 그림에 매료되어 뚫어지게 보다보면 책장을 넘겼는데도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건 여느 책에서는 잘 없는 친절이며 독자가 덤으로 얻는 기쁨이다.
우리 땅의 여러 곳, 경주 남산의 소나무와 진달래, 영월 동강의 비경, 갯벌의 검은 눈물, 초겨울 천수만의 새떼들, 자연생태를 답사하며 삶의 순리를 일깨워주니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도 알게 된다.
어디 그뿐이랴. 숲과 내, 산과 들, 늪과 갯벌이 처한 지금의 상황까지도 세세히 기록하여 모든 생명체를 더욱 따뜻이 보게 되었으며 또한 숲의 참주인인 나무와 꽃, 곤충과 새, 크고 작은 풀잎에 이르기까지 하찮은 것들도 새롭게 느껴졌다.
이처럼 발품 하나 팔지 않고도 우리 땅 사계절의 생태기행을 거뜬히 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신통한 일이다.
또한 이 기회에 자연유산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값진 여행인가.
자, 떠나자. 그 누구나 망설이지 말고 또 다른 책 속으로.
김경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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