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한 소금장수가 소금을 팔러 여기 저기 떠돌아다녔어. 경상도도 가고 전라도도 가고 평안도도 가고 함경도도 가고, 조선팔도 안 가는 데가 없었지.
하루는 어느 곳을 가다가 높고 험한 고개 밑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더래. 그 고갯마루에 집채만한 호랑이가 살고 있어서, 사람들이 넘어가면 죄다 잡아먹는대. 그래서 못 넘어가고 있는 거야.
사람들 중에서 용감한 대장장이가 먼저 썩 나서서 고개를 올라갔어. 조금 있다가 용감한 숯장수가 또 썩 나서서 고개를 올라갔어. 그걸 보고 소금장수도 용기를 내서 고개를 올라갔어.
소금장수가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아니나다를까 집채만한 호랑이가 떡 버티고 서 있는 거야. 떡 버티고 서 있다가 그냥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앙' 하지. 그 바람에 소금장수가 호랑이 입 속으로 쏙 들어가서 목구멍으로 홀라당 넘어가 버렸어.
호랑이 뱃속에 들어가 보니, 참 그 안이 말도 못하게 넓더래. 호랑이 배가 얼마나 큰지, 그 안에서 그냥 막 돌아다녔어. 돌아다니다 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대장장이도 저쪽에서 돌아다니고 있더래. 또 돌아다니다 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저쪽에서 숯장수도 돌아다니고 있더래. 그밖에도 사람들이 많더래. 할아버지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젊은이도 있고 아이도 있고, 이런 사람들이 다 호랑이한테 잡아먹혀서 그 안에 살고 있더래.
소금장수가 호랑이 뱃속을 돌아다니며 실컷 구경을 하고 나니 배가 고프거든. 이렇게 쳐다보니 사방이 그냥 호랑이 고기야. 간이 디룽디룽, 허파가 디룽디룽, 콩팥이 디룽디룽 매달려서, 그냥 사방천지가 호랑이 고기더란 말이지. 그래서 대장장이를 불렀어.
"여보시오, 대장장이. 이리 와서 칼 좀 빌려 주".
대장장이가 와서 칼을 빌려 주기에, 그걸로 호랑이 고기를 쓱싹쓱싹 베어냈지. 그러고 나서 숯장수를 불렀어.
"여보시오, 숯장수. 이리 와서 숯 좀 빌려 주".
숯장수가 와서 숯을 빌려 주기에, 거기에다 불을 붙여 숯불을 피웠지.
호랑이 고기를 숯불 위에 올려놓고 소금짐에서 소금을 꺼내 슬슬 뿌렸지.
숯불이 활활 타니까 호랑이 고기가 잘 익어서, 모두들 둘러앉아 나누어 먹었어. 대장장이도 먹고 숯장수도 먹고 소금장수도 먹었어. 할아버지도 먹고 할머니도 먹고 젊은이도 먹고 아이도 먹었지.
배불리 먹고 나서 또 여기 저기 돌아다녔어. 자꾸 돌아다니다 보니, 옳다구나, 저쪽에 구멍이 뚫려서 밖이 빤히 내다보이는 곳이 있네. 그게 뭘까? 그렇지, 호랑이 밑구멍이지. 소금장수가 그쪽으로 다가가서 담뱃대로 딱 걸어 가지고 잡아당겼어. 소금장수 혼자서는 힘이 부치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와서 함께 잡아당겼어.
"영차, 영차".
여럿이 달려들어 잡아당기니까, 호랑이가 슬슬 뒤집어지지.
"영차, 영차, 영차".
더 힘껏 잡아당기니까 호랑이 홀라당 뒤집어지면서 사람들이 죄다 쏟아져나왔어. 대장장이도 나오고 숯장수도 나오고 소금장수도 나왔어. 할아버지도 나오고 할머니도 나오고 젊은이도 나오고 아이도 나왔지. 다 나왔어.
그래서 잘 살았더란다.
서정오(아동문학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