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Edu net-엄지의 속삭임(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는 학생들)

입력 2003-10-03 09:03:59

"지금 모해? 나안 징글맞은 수학 시간, ㅠ.ㅠ 잠 온다". 엄지족 민희(16.ㄱ여고1년). 끊임없이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티즌(모바일과 네티즌의 합성어)이다.

수업시간이지만 학교가 다른 중학교 때 단짝친구에게서 냉큼 답장이 온다.

무료 문자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 친구와는 무제한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하루 종일 문자를 보내죠. 이젠 통화하는 것보다 문자로 대화하는 게 더 익숙해졌어요. 돈도 적게 들고, 얘기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한 게 없죠". 민희양은 엄지손가락으로 1분당 100타쯤 두들긴다고 했다.

친구들 사이에선 별로 빠른 것도 아니란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고교생들 사이에는 문자메시지 이용이 필수가 돼 가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이용을 막기 위해 뺏고, 끄고를 계속하지만 역부족이라고 털어놓았다.

휴대폰 자판은 보지도 않고 칠판을 쳐다보며 메시지를 날리는 애들을 어떻게 말리냐는 거였다.

문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내용들을 습관처럼 주고받는 중독 증세다.

시시콜콜한 일상들을 중계하듯 날려대는 건 대화라기보다 소외나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누가 이 메시지를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일지 모른다.

이쯤이면 학생들의 '엄지손가락질'을 나무라고만 있을 게 아니다.

그들의 엄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 할 때인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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