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절실한 환율 급변동 대비책

입력 2003-10-01 11:43:40

태풍 매미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G 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 결과에 따라 들이닥친 원화환율 급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

9월 22일 원화환율은 하루동안 달러당 17원이나 급락세를 보였으나 다행히 그 후 1천150원대 초반에서 안정을 보이고 있다.

원화는 이미 작년중에 미달러화에 대해 10.5% 절상된 데 이어 금년들어서도 9월 26일 현재까지 4.3%나 추가절상되었다.

특히 미 달러화에 고정되어 있는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각각 같은 비율로 절상됨으로써 수출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와 채산성 악화가 화급한 경제적 과제로 대두되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누적에 따른 달러화 약세기조 지속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온 터이어서 대기업들을 비롯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러한 원화강세에 대해 대비해 온 것으로 안다.

그러나 다수의 중소기업들의 대비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 중국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중소수출기업들이 그동안 지속된 경기침체의 영향에 더하여 환위험에 노출되고 수출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의 환위험관리 필요성에 관해서는 관계기관들에 의해 그동안 많은 홍보가 있어 왔지만 정작 기업들에게는 이에 관한 인식이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된다.

체계적인 환 위험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소개되어 있으나 가장 간단한 활용기법인 선물환이나 환 변동보험의 이용도 미흡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 중에는 최근의 원화환율수준이 낮다고 보고 비용을 들여 환리스크를 헤지하는 것은 환율상승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환위험관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국내 경제사정이 어려운 상황하에서 기업 나름대로 환율상승을 기대하여 이러한 판단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올바른 환위험관리라고 할 수는 없다.

환리스크 회피를 목적으로 환변동보험에 가입하거나 선물환을 이용하는 것은 일정한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환율의 변동에 따른 손실을 보장받는 반면 환율변동으로 생길 수 있는 이익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위험의 방지를 통해서만이 기업활동의 과실을 환율변동의 영향으로부터 온전히 보호할 수 있다.

외환위기의 발발로 97년 12월 우리나라가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한 후 한때 달러당 1천962원까지 치솟았던 원화 환율은 그후 몇 번에 걸친 국내외 금융불안사태로 일시 급변동을 보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경제의 안정세와 더불어 대체로 하향안정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변동환율제하에서 환율은 여타국들과의 수많은 경제적 요인들간의 상대적 격차와 국제정치 정세 등 다양한 비경제적 요인들에 의해 수시로 변동할 뿐 아니라 그 변동성도 금융개방 및 국제간 자본이동 자유화의 진전으로 더욱 커질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의 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충격이 있을 경우 언제라도 환율은 다시 큰 폭으로 변동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달러화 약세화 유도정책으로 촉발된 주요국들간의 환율전쟁으로 주요 통화의 향후 전망도 더욱 불투명해진 만큼 지역 중소기업들도 국제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환위험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가장 최상의 환위험방지대책은 기업이 환율변동의 충격을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기업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일임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노사양측 모두 고비용.저효율적 요인의 제거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주훈〈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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