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고 싶습니다', 현역 입영 '희망자' 늘어

입력 2003-10-01 11:55:18

"당당하게 군복무하고 멋지게 살겠다".

지난해 8월 학력 미달과 근시로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던 정재광(19. 경북 포항시 두호동)군. 정군은 지난달 재신검을 요청, 당당히 1급 현역판정을 받고 입영일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군은 부모님뿐 아니라 친구들이 '왜 애써 힘든 군생활을 하려느냐'며 만류했지만 현역 근무를 위해 올해 4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라식 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군복무를 피하려고 돈을 쓰거나 줄을 대는 사람들도 있고, 온몸에 문신을 새긴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난 만큼 군생활 한번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학력미달로 공익 근무판정을 받은 김오삼(20.대구 신암동)씨도 현역 근무를 위해 대입 검정고시를 치른 경우. 병역의무기일 연기원까지 제출하며 공부에 매달려 합격, 지난 8월 현역대상 판정을 받았다.

줄 대기, 문신 등 군 복무를 않으려는 우리 사회 일부의 그릇된 세태와는 달리 현역 면제 판정을 받았으면서도 스스로 재신검과 검정고시 등을 통해 현역 근무에 나서려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구.경북지방 병무청에 따르면 지역에서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 판정을 받은뒤 현역병 입영대상으로 변경된 사람은 올 9월까지 모두 32명.

병역 처분변경 제도가 시행된 99년 이후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때문에 현역 입영대상에서 탈락되자 병 치료후 재신검을 스스로 요청해 현역 입영이 된 사람이 99년 8명, 2000년 20명, 2001년 25명, 2002년에는 40명으로 증가했다.

현역 입영을 위해 학력을 높인 사람도 2001년 8명, 2002년 17명, 2003년 9월 현재 1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면서 '현역 복무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점까지 더해져 '신의 아들'이라 불리는 군면제자가 '결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대구와 서울 등지의 안과에는 군입대를 위해 라식수술을 받으려는 청년들의 발길이 적지 않고, 일부 병원에서는 이런 젊은이들을 위해 수술비까지 할인해 줄 정도다.

남대환 공보실장은 "병영 분위기가 민주적으로 변한데다 군 복무가 젊은 시절의 소중한 시간을 마냥 허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터넷 세대'란 우려를 씻고 젊은 세대다운 도전.성취 욕구를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