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반세계화 현상을 주시하자

입력 2003-09-30 09:14:22

최근의 국제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이한 현상 중 하나로 WTO, IMF, 세계은행 등 각종 국제 경제조직이 개최하는 회의 때마다 대규모의 국제적 항의 시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99년 11월 28일부터 12월 4일 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된 WTO 각료회의 때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당시 세계 각 국의 수백개 시민단체와 5만명이상의 시위대가 참여하여 WTO의 해체를 주장하였는바, 이는 경제세계화를 반대하는 "반세계화 현상"의 상징적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세계화 현상의 신속한 발전은 1990년대이래 자본주의 경제의 전 세계적 확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냉전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전 세계적 범위로 확산되고 있는 바, 그 특징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화, 사유화, 자유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세계은행, IMF와 WTO가 추진의 주체라 할 수 있다.

경제의 세계화는 이미 세계경제 발전의 객관적 추세가 되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떠한 나라도 회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세계적 범위로 볼 때 경제세계화는 서방 선진국의 경제모델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양극체제 종식 후 선진국들은 세계 국면의 변화와 새로운 기술 혁명의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여 기술 개발을 추구하고 지식 경제를 발전시켜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산업에 의존하여 높은 이윤을 취득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들은 다국적 기업들을 앞세워 개발도상국들에게 외자와 기술, 설비 및 선진 관리경험 등을 제공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역량의 성장을 촉진한 결과 20C 말에 이르러서는 일부 신흥 공업국가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 경제의 거대한 압력에 직면하여 국가 경제 전반이 곤경에 처해 있으며 정치.문화 분야에 까지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켰으며, 이는 세계화의 열매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공평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개발도상국은 오히려 거대한 국가적 손해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개발도상국의 개인 평균 국민총생산이 선진국의 17%에 불과하며, 세계인구의 4분의 1인 선진국이 전 세계 부의 85%를 장악하고 있고, 전 세계 인구의 11%에 불과한 서방 선진 7개국이 전 세계 국민총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반세계화 운동의 주창자들은 경제의 세계화란 미국의 패권주의 추구에 유리한 것으로 '전 세계의 미국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1990년대에 발생한 세 차례의 국제 금융위기를 들고 있다.

1994년의 멕시코 금융위기,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1999년의 브라질 금융위기 등의 배후에는 항상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자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지난 10일 멕시코의 칸쿤에서 개막된 제5차 WTO 각료회의가 DDA(도하 개발 어젠다) 각료선언문 합의에 실패한 채 폐막되었다.

DDA문제는 한국의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목숨을 끊을 정도로 개발도상국 농민들에게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특히 금번의 제5차 WTO 각료회의의 농산물 시장개방 문제 협의의 배후에 역시 미국의 세계적 곡물 메이저 카길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길은 지난 1993년 전 세계 농민의 분노를 산 미국측 우루과이 라운드 개정안을 작성한 다국적 기업으로 미국 정부는 '카길의 세일즈 맨'에 불과한 것으로 비난받고 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가가 '남남협력'을 강화하여 반세계화 운동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DDA 협상이 원안대로 타결 될 경우 우리는 2004년 이후 쌀 시장을 비롯하여 농산물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선진국 조건으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할 경우 농업부문 총 소득이 연간 15조원에서 9조원 수준으로 감소되기 때문에 기존 농업 취업자중 최소한 25만명 내지 5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농업의 희생을 통해 공산품 수출에 유리한 측면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문제는 10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세계경제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YS 및 DJ정권과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에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참여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이다.

위기에 처한 우리의 농업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여 제시하지 못 할 경우 참여정부는 정권적 차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반세계화 현상을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장병옥(계명대교수.대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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