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롯데 김용철 감독의 오판

입력 2003-09-29 14:00:17

27일 프로야구 대구삼성과 부산롯데전이 열린 부산사직야구장에서 관중들이 감독의 작전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 이승엽의 아시아홈런신기록 달성 여부로 관심을 모은 이날 8회초 1사 2루에서 이승엽이 상대투수 가득염의 고의 사구로 걸어나가자 관중들이 흥분, 그라운드에 플라스틱 물병, 불붙인 신문지 등을 마구 던졌다.

관중석 난간에 서 있던 한 30대 남자는 4.8m 높이의 펜스 안쪽 그라운드로 떨어지면서 오른쪽 발목을 다쳐 들것으로 옮겨졌고 한 50대 여성은 투척한 막대기에 머리를 맞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기장의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롯데 김용철 감독대행은 어이없는 사태를 유발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 감독대행은 경기가 재개되기 전 "피하지 못할 사정으로 고의사구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는데 차라리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관중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야구 관계자 뿐만 아니라 경기를 TV로 지켜본 야구팬들은 하나같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김 감독대행을 비난했다.

일찌감치 꼴찌가 확정된 롯데의 팀 사정을 고려할 때 고의사구를 지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4대2로 리드한 삼성이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박정환)를 한 데 대해 앙심을 품고 고의사구를 지시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사직구장에는 올시즌 가장 많은 1만1천723명이 찾았다.

앞선 지난 16~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4경기의 관중은 총 1천890명으로 한경기 평균 472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1만1천명은 이승엽의 홈런을 보고 볼을 줍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김용철 감독대행이 누구인가. 프로 원년 멤버로 롯데와 삼성에서 홈런 타자(통산 131개)로 이름을 날렸고 삼성의 타격 코치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가 아닌가.

또 팀이 시즌 내내 하위권을 달려 실망해있던 롯데 팬들은 김 감독대행의 속 좁은 행동에 '구도' 부산의 자존심마저 짓밟히는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프로야구의 공멸을 가져오는 이같은 오판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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