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야구'열기' 살린다

입력 2003-09-29 09:41:14

이승엽(27.대구삼성)이 야구 열기를 되살리고 있다. 지난 21일 대구구장 LG전에서 시즌 54호 홈런을 터뜨린 이후 이승엽이 등장하는 구장에서 연일 시즌 최다 관중이 몰려들고 있다.

올 시즌들어 관중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승엽의 홈런이 관중몰이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

지난 23일부터 광주구장에서 열린 기아 4차전에는 첫날인 23일 1차전 6천864명, 24일 더블헤더 경기에는 지난 4월 5일 개막전 이후 최다 관중인 1만1천257명, 25일 9천309명이 몰려 '이승엽 특수'를 실감했다. 관중들은 이승엽 선수가 등장할 때마다 "와"하는 함성으로 홈런이 터지길 기대했고 25일 55호 투런 홈런이 나오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특히 27일 사직구장에는 1만1천723명이 몰려 개막전 1만500명을 훨씬 능가해 롯데 관계자가 놀랄 지경이었다. 올 시즌 롯데는 성적이 밑바닥을 맴돌면서 경기장 평균 2~3천 관중이 고작이었다. 이날 관중들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외야석을 가득메웠고 경기중에는 1루석 스탠드에도 관중들이 꽉찼다.

롯데 열렬팬이라는 노승탁(63.부산진구 연지동)씨는 "이렇게 많은 관중이 몰려들기는 올 시즌들어 처음"이라며 "이승엽이 대단한 선수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날 4회 2점 홈런을 터뜨린 마해영은 "이승엽 선수 한 명이 이렇게 많은 관중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열기때문에 롯데전에서 이승엽의 고의 볼넷을 두고 관중들의 공분을 자아내 경기가 1시간 30분가량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8일 대구구장 SK전에는 지난 6월 22일 SK전 이후 시즌 6번째 만원 사례를 기록했고 29, 30일 서울 잠실 LG전에는 2만5천명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관중들은 이승엽의 홈런볼을 낚기 위해 지난 23일 광주구장 때부터 잠자리채, 낚시용 뜰채, 대형뜰채 등을 동원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관중뿐만 아니라 이승엽 선수가 등장하는 곳에는 100여명의 취재,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어 경기전 삼성 선수들이 연습할 때는 아예 접근을 금지하는 포토라인을 설치할 정도다. 또 공중파 각종 프로그램들은 6m 카메라로 이승엽 선수의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촬영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승엽 선수는 "팬들의 관심이 느껴져 기분이 좋다"며 "남은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8일 SK와의 홈경기에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도 불구하고 이승엽 선수는 홈런을 터뜨리지 못하고 아시아 신기록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이승엽 선수는 이날 4타석에 나서 2루타 1개에 볼넷 2개, 병살타 1개로 물러났다. 이승엽의 타격감각은 괜찮았지만 SK 좌완 김영수와 이승호의 자로 잰 듯한 제구에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경기가 끝난 후 이승엽은 "타격감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남은 4경기에서 한 개만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사진:잠자리채, 뜰채로 '무장'한 팬들이 몰린 28일 대구 구장의 외야석 모습.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