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길목 '단체장 복병' 금배지들 냉가슴

입력 2003-09-26 13:55:20

헌법재판소가 25일 지방자치단체장에 한해 선거일 전 180일까지 사퇴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자 정치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경쟁하는 단체장의 입지가 확고해져 선거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 선거목전까지 단체장 꼬리표를 달고 지역구를 누비게 되면 현역 의원으로선 이만저만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자기 손으로 단체장 공천을 줬다 해서 '내 사람'이라고 마음 놓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이 단체장들의 관권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취지가 아닌 만큼 관권선거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가뜩이나 단체장의 출마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판에 위헌결정으로 자칫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각 당은 단체장 '도미노' 출마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총선전략 수정에 나섰다.

겉으론 "단체장이 사퇴할 경우(9월말까지) 예정됐던 보궐선거(10월30일)를 하지 않아도 돼 다행스럽다(한나라당 박승국 사무1부총장)", "헌재 결정 취지를 충분히 검토해 봐야겠다(통합신당 정세균 정책위의장)"고 밝히고는 있으나 '3선 연임제한' 규정에 걸려 어차피 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지 못하는 44명의 현역 단체장 대부분이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애당초 한나라당이 공천과정에서 소속 단체장의 공천경쟁을 원천 불허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 같은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 출마 뜻을 이미 직간접 내비쳤던 단체장을 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26일 오후 한나라당 대구의원들이 여의도에서 긴급 회동한 것도 단체장 출마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명규 대구 북구청장의 출마가 유력한 지역구인 대구북갑의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은 "당장 단체장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는 치르지 않아도 돼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단체장들이 중도 사퇴해 선거에 나서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구 동구청장과 공천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동구의 강신성일 의원은 "일단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않느냐"면서도 "단체장 사퇴에 따른 행정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고 박창달 의원은 "당혹스럽다.

단체장들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임인배 의원도 김천시장의 출마설을 의식해서인지 "다른 공직자들과 동일하게 사퇴시한을 줄이면 단체장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독점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면서 "어떤식으로든 사퇴시한 조정이 있어야 하며 특히 3선제한 때문에 단체장들의 대거 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면이 있으므로 3선제한도 같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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