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Edu net-부모랑 자녀랑 '설화의 현장따라 경주기행'

입력 2003-09-26 09:14:17

경주문화엑스포 경주 시내 행사의 하나로 진행중인 '설화의 현장 따라 경주기행'이 학생, 학부모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저그런 경주 답사 행사려니 하며 정원(120명) 채우기가 어렵던 초기와 달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못한 사람들이 출발지에서 빈 자리 나기를 기다리며 대기까지 할 정도. 이번 기행은 단순히 문화유산의 역사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와 신화, 전설 등이 더해져 상상 속으로 마음껏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혁거세왕은 61년간 신라를 다스리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7일 뒤에 죽은 몸뚱이가 땅에 흩어져 내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몸뚱이를 합해서 장사를 지내려는데 큰 뱀이 쫓아다니면서 방해했습니다.

하늘의 뜻인가 하며 사람들이 오체를 각각 장사지내 오릉을 만들었죠. 그런데 능의 이름은 사릉이었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경주 시내 오릉. 설화기행 1코스 안내를 맡은 손수협(경주박물관학교 강사)씨의 구수한 음성이 참가자 40여명의 귓전을 울렸다.

사람들의 생각은 이미 1천년도 넘은 옛 신라의 그곳으로 떠나 있었다.

태풍에 부러진 대나무를 들고 오는 길 내내 까불어대던 어린이들도 깔깔거림을 멈추고 이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야기를 끝낸 손씨는 오릉 뒤 숭덕전 관리실 쪽으로 들어갔다.

오릉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무심코 버스로 돌아오려던 사람들이 서둘러 쫓았다.

몇 번을 구부러져 들어가던 한 초등학생 엄마는 "오릉엔 여러 번 왔지만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른 곳은 '알영정'.

"여기는 혁거세왕의 왕후인 알영부인이 태어난 곳입니다.

용이 나타나 왼쪽 갈비에서 낳았다고 합니다.

모습이 매우 고왔는데 입술이 닭의 부리 모양이어서 월성 북쪽 냇물에 목욕을 시켰더니 부리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은 경주 사람들도 잘 알기 힘든 곳이라는 손씨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표암봉-석탈해왕릉-계림-오릉-양산재로 이어진 세시간여의 코스. 걷는 곳이 많아 어린이든 어른이든 지칠 만 했지만 출발지인 구 경주시 청사로 돌아오는 이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문화유산은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앞서의 설명 때문인지 모두들 아련한 얼굴로 역사를 더듬는 듯 보였다.

이번 기행은 세 코스로 나눠진다.

학생들에게 가장 유익한 건 신라건국신화를 따라가는 1코스. 교과서에서 본 내용뿐만 아니라 이면의 설화와 숨겨진 현장까지 확인해가며 역사를 배울 수 있다.

부모들도 함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신라여성과 사랑'을 주제로 한 2코스가 적합하다.

굴불사, 분황사, 황룡사 등 신라사찰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3코스도 빼놓기 아깝다.

모든 코스 진행은 이정옥(위덕대 신라학연구소장) 교수를 비롯해 향토사학자 손수협, 김윤근, 채무기씨 등 전문가들이 맡는다.

또 참가비가 없지만 참가자들에게 설화집까지 나눠주는 등 알차기 그지없다.

안타까운 점은 지난달 17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매주 일요일(10월12일 제외, 21일은 화요일) 10회에 걸쳐 한시적으로 진행된다는 것. 게다가 인터넷 등을 통해 이미 예약도 끝난 상황이라 뒤늦게 내용을 안 경우 참가가 쉽지 않다.

기행을 주관하는 신라학연구소 관계자는 "예약을 안 했더라도 출발시간에 맞춰 오면 빈 자리를 찾을 수도 있고, 운행 거리가 길지 않아 승용차로 뒤따르며 동행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자세한 문의는 신라학연구소 054)760-1360.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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