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회의에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절상을 언급한 '두바이 쇼크' 이후 국내 환율과 주식이 동반 폭락, 수출의존도가 높은 지역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달러화 약세에 따라 22일 마감된 원-달러 환율은 34개월만에 최저치인 1천151.2원까지 떨어진데 이어 연말까지 추가 하락이 예상돼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섬유, 안경,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등 달러화 결제 비중이 많은 대구.경북 주력 업종들은 수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6.8원 폭락한 1천151.2원에 마감, 지난 2000년 11월17일의 1천141.8원이후 최저치로 추락한 데 이어 23일 오전10시30분 현재 1천151.1원을 기록중이다. 종합주가지수는 22일 741.54로 출발, 33.36 포인트(-4.46%) 하락한 714.89에 마감한 뒤 23일 오전10시30분 현재 712.33로 점 더 떨어졌으며, 코스닥 지수 역시 22일 2.34 포인트(-4.83%) 폭락한 46.03으로 장을 마친 뒤 23일 오전 10시30분 현재 45.71로 떨어졌다.
구미공단의 대기업들은 원화평가 절상에 대비는 해왔으나 장기화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해, 환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나 엔화로 바꾸는 것을 확대하는 등 긴급 대책에 나섰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업종별 손익분기점 환율은 섬유가 1달러당 1천263원, 기계 1천254원, 전기전자부품이 1천241원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지역 주요 업종 대부분이 환율폭락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불황으로 원료값 상승, 수출단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섬유업종 경우 성수기인 10월 이후 수출에 한가닥 희망을 가졌지만 환율 급락으로 다시 절망에 빠졌다. 현재 지역 원단의 야드당 평균 단가는 1달러 20센트 수준으로 환율이 달러당 1200원에서 1150원선으로 하락, 야드당 60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화섬사, 직물 등 섬유업종에선 업체당 평균 월 5억원 이상의 환차손을 입는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도 대부분 현대.기아차의 장기 파업으로 공장 가동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환율폭락으로 인한 완성차 수출 감소는 하청업체에 대한 원가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자동차연구소는 환율이 1천120원대까지 떨어지면 수출 감소분은 2만대를 훨씬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 수출제조업체들에 따르면 해외에서 시장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국, 대만, 홍콩 등은 달러 고정환율제로 환율 폭락의 회오리에서 벗어나 있는데 반해 우리는 기업들이 수출단가를 올려 채산성을 높이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율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수 밖에 없다는 것.
구미공단에서 전자제품 다음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코오롱 한국합섬, 새한 등 화섬 및 제직업체의 경우도 환율급락이 중국, 대만 등 경쟁국가와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구미공단 수출업체들이 입계 될 환차손은 월 평균 60억-70억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구미공단의 삼성, LG 등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연초 사업계획 수립시 환율이 1100원대까지 떨어질 것에 대비해 당장 큰 타격은 없지만 환율급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구미공단의 주력제품이자 대중국 수출물량이 많은 휴대전화, 반도체, LCD 등 국내생산 비중이 큰 사업부문에 적지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고부가화 원가절감, 수출다변화, 사업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라는 것.
한편 수입의존도가 크고 달러가 부채가 많은 철강업게는 오히려 달러화폭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환율급락이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고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이다. JP모건은 연말 환율을 1100원대, 모건스탠리는 1150원, 삼성경제연구소와 금융연구원은 1150-1160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경호 대구상의 기획조사부장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환관리 자금지원 또는 환관리 대행 전담기관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석, 김성우, 박정출, 이상준기자
사진:엔화강세로 환율이 2000년 11월이후 최저치인 장중 1천150원대로 급락한 가운데 인천공항내 은행 직원이 환전을 위해 달러를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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