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주가폭락 지역 수출업체 타격

입력 2003-09-23 14:01:23

구미공단에서는 원-달러 환율 폭락 여파가 당장 피해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구미공단의 전자업계와 섬유업계의 경우 그 충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수출품 가운데 원자재 수입비율이 높은 제품은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규모가 비교적 적으나 국내 생산비율이 큰 수출 제품은 채산성 악화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상의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구미공단 환차손액은 월 평균 60억~7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2002년 7월 환율하락때도 구미공단 휴대폰.LCD.디지털TV 등 전자업종의 한달간 환차손이 무려 5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 등은 연초 사업계획 수립시 환율이 1천100원대까지 떨어질 것에 대비해와 당장 큰 피해는 없지만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반도체, LCD 등 국내 생산 비중이 큰 사업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 고부가가치화 등의 노력을 지속할 방침.

LG전자와 LG필립스LCD 계열사도 연초부터 달러당 평균환율을 1천100원대로 잡아 운영하고, 유로화 결제비율도 확대해와 당장 '충격'은 없지만 환율하락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LG전자 구미공장 최선호 그룹장은 "외화예금 및 매출채권을 거의 없애 환율하락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외화의 수입과 지출시기를 조화시켜 환차손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미공단에서 전자제품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코오롱.한국합섬.새한 등 화섬 및 제직업체의 경우도 환율 급락이 중국.대만 등 경쟁국가와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수입의존도가 크고 달러화 부채가 많은 철강업계는 오히려 달러화 폭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공단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업은 내수위주의 산업으로 수출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한 반면 철광석과 고철 등 주요 원자재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탓에 달러화 가치하락은 원자재 도입가 절감으로 연결돼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INI스틸, 동국제강 등 전기로 철강업체들도 달러가치 폭락을 호재로 보고 고철수입량 증대를 검토하고 있다.

포항공단 한 업체 임원은 "달러빚이 많은 철강, 정유 등의 업종에는 이번 '블랙먼데이'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섬유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불황으로 인한 원료값 상승, 수출단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환율폭락마저 겹쳐 생사기로의 우기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ㅅ직물 이모 대표는 업계간 제살깎기로 일부 원단의 경우 수출단가가 2달러의 절반선으로 내려앉아 있는데, 환율마저 방어선을 지키지 못해 더 이상 회사를 꾸려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구상의는 업종별 손익분기점 환율은 섬유가 1달러당 1천263원, 기계 1천254원, 전기전자부품 1천241원 수준이지만 23일 현재 환율은 3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김성우.박정출.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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