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화가 이영배(47)씨. 그는 더이상 '숯의 작가'가 아니었다.
그를 보면 숯으로 만든 작품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지난 10여년간 숯이라는 흡습성 강한 물질을 회화 재료로 사용하면서 숯검뎅이로 그리거나 붙이고, 가루를 뿌리거나 숯뭉치를 모아놓은 작품들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올해의 작가'전에 참가했을 때, 재료의 참신성과 작품의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이젠 더이상 숯이라는 재료에 묶여있고 싶지 않습니다.
숯의 이미지를 완전히 떨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갈겁니다".
요즘에는 아예 숯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10월 11일까지 시공갤러리(053-426-6007)에서 열고 있는 16번째 개인전에서는 달라진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층 전시장에는 10여점의 캔버스 작품이 걸려있다.
윤기나고 매끄러운 회색 화면에 검은색 물감으로 추상적인 도형 같은 이미지를 그려놓았다.
아크릴 물감을 희석시켜 세겹으로 발랐다고 한다.
그는 이를 '테크놀로지한 표면'이라고 불렀다.
예민하고 섬세한 화면을 만들어내는데 정성을 들였다는 것이다.
"소리 지르는 울림이 아니라 적은 떨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조용한 작품을 보여주려 했는데 제대로 됐는지…".
지하 전시장 바닥에는 숯덩어리가 고무줄에 묶인채로 가득 놓여 있었다.
숯덩어리 묶음을 세어보니 23개였다.
예전 대구에서 보여주지 못한 작품을 한번 전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파리와 청도를 오가면서 작업을 하는 그는 "현재는 옛것과 새것에 대한 과도기 단계"라면서 내년에 파리에서 더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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