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신당 지지 발언 '파문'

입력 2003-09-18 10:32:29

신당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한국정치구도전체의 변화를 원한다"며 사실상 신당창당지지입장을 밝히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이 신당창당 등 분당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문제에 대해 '선호도'로 보일 정도로 입을 열기는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신당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 신당 개입으로 오해될 수 있어 자제해 왔으나 마냥 회피할 수만은 없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노 대통령의 신당발언은 특히 신당파들의 민주당 탈당 및 원내교섭단체 결성이 20일로 예고돼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추석이후 다소 추진력이 달리고 있는 신당파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우선 "기존의 정치질서가 점차 와해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며 "기존의 정치질서가 와해되면서 새로운 질서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신당창당을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의 과정이자 단초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 분당사태에 대해서도 "저는 민주당이 갈라지길 바라는 게 아니라 개혁되길 바라는데 개혁 찬성파와 반대파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여소야대 국회이며 그것도 단순한 여소야대가 아니라 지독한 여소야대"라면서 "영남의 주민들도 더이상 그 지역구도와 지역의 분노만을 갖고 한나라당을 계속 지지하는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적 이탈 문제로 관심이 모아지자 "경우에 따라 거취가 변할 수도 있다"며 탈당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백지상태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다"며 직답을 회피했다.

이날 회견이 광주.전남지역 언론사와의 합동회견이라는 점을 의식, 노 대통령은 "노무현이 호남을 배신했다고 공격해 호남민심이 뭉치면 몇몇 사람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는 좋을 것"이라며 "노무현과 호남을 분리시키고 싸우게 만들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본들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호남민심과 민주당 구주류와의 분리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당창당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이 신당창당을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신당이 사실상 '노무현당'의 색채를 강하게 각인시키게 된 것은 향후 적잖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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