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과수매 턱없이 부족 '생색용'

입력 2003-09-17 11:34:28

경북도가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를 위해 낙과 수매자금 1억5천만원을 예비비에서 긴급 배정해 수매에 들어갔으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생색용'이라는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능금농협을 통해 태풍에 떨어진 사과를 20kg 1상자당 4천원(도비 1천500원.군비 1천500원.능금농협 1천원)에 긴급 수매에 나섰다.

그러나 경북능금조합의 과수피해 조사 결과 도내 피해물량이 사과만 1만여t(50만 상자)에 이르고 있으나 도에서 배정한 양은 사과 1천500t(7만5천상자).배 500t(2만500상자)에 불과하다.

군위군 부계면 가호리에서 2천500평의 과수농사를 하고 있는 박종기(69)씨는 "해마다 3천여 상자를 수확했지만, 이번 태풍에 수확을 앞둔 사과 90%가 떨어져 농약값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며 "도비를 지원해 낙과를 수매한다고 생색을 내면서 배정량이 10%도 안되는 것은 농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능금농협 군위지소 김용근(37) 과장은 "피해량에 비해 배정량이 턱없이 부족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작목반 단위로 일단 신청은 받고 있지만 난감하다"고 했다.

능금주스 가공사업소 박영근(45) 소장은 "도에서 배정한 물량은 1주일 정도면 처리할 수 있는 양이라 수매에 제외된 낙과는 낮 기온이 높은데다 비에 젖어 부패하기 쉽다"며 "시급히 수매물량을 대폭 늘려 과수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송군도 태풍으로 낙과된 사과가 7천여t(35만 상자), 배는 100여t(5천 상자)으로 조사됐으나 낙과 수매량은 30%인 1천여t에 불과해 농민들이 수매량을 늘려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따라서 농협 청송군지부는 낙과 사과와 배를 자체적으로 수매, 대구 달서유통을 비롯한 대도시 농협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문 판매할 계획이다.

농협 청송군지부 김진규 지부장은 "자체 예산을 편성해 낙과를 수매, 서울지역 농협 임.직원을 통해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유통특작과 이형조(54) 담당은 "지난 '태풍 루사'때보다 수매량을 늘렸다"며 "낙과가 많은 농가는 재해대책법에 의한 보상과 재해보험에서 구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지만, 부족할 경우 수매량을 늘리는 것도 검토 하겠다"고 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군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