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폭행...끝내 파멸

입력 2003-09-16 14:08:11

16일 30대 중년 남자가 히로뽕을 이용해 두 명의 가정주부를 농락한 사건은 마약이 개인과 가정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피의자 이모(39)씨는 겉으로 보기엔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범죄전력도 없는 평범한 가장. 그러나 이씨가 지난 97년부터 가정주부 김모(40.대구 서구 비산동)씨를 만나면서 벌인 행각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당초 아파트 이동 세차원이었던 이씨는 우연히 만난 김씨에게 접근, 노래방 등지에서 음료수에 히로뽕을 태워 먹인 뒤 본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김씨를 성폭행한 뒤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해 수차례에 걸쳐 6천만원을 뜯어냈고, 결국 김씨는 사채를 빌려 이를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도배업을 하며 근근이 가정을 꾸려가던 김씨의 남편은 사채업자에 시달리자 아내의 속사정도 모른 채 결국 농약을 먹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씨를 통해 알게된 박모(38.여)씨에게도 접근, 히로뽕을 먹인 뒤 알몸사진까지 찍고 흉기로 협박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박씨는 당초 마약인줄도 모른 채 서서히 중독돼 3년여 동안 헤어나지 못했고, 이씨가 시키는대로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며 남편과 주변 친구들로부터 돈을 받아 이씨에게 갖다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거액을 갚지 못한 박씨는 경찰에 구속됐고, 이 사실을 안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출감한 박씨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가정은 이미 파탄난 뒤였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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