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 빠지는데 116시간...범람 원인

입력 2003-09-16 11: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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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되풀이되는 낙동강 유역의 범람사태는 하천 제방부실에다 홍수조절 능력마저 취약해 재난을 피해갈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의 감사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은 지난 78년부터 95년까지 홍수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이른바 '낙동강 연안개발 사업'을 시행할 당시 하천 안쪽의 연약지반 위에 제방을 쌓으면서 하천 바닥에서 긁어모은 흙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낙동강 하천바닥의 기울기가 완만하고 홍수 지체시간이 5일이나 걸리는 원인이 된 것으로 지적됐다.

낙동강의 경우 안동댐에서 부산하구까지 물이 빠지는데 116시간이 걸리지만 한강은 소양강댐에서 한강 인도교까지 21시간 정도면 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다 강 제방의 폭이나 높이 등도 부족하게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국토청 소관 낙동강 수계 국가하천 제방 957㎞ 중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구간이 78㎞며 누수 가능성이 있는 제방은 530㎞에 달한다는 것이다.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낙동강 제방 379㎞ 중 누수구간이 28.0㎞에 달하고 제방고(堤防高) 부족 구간은 177.7㎞나 되며 둑 마루폭 부족 구간은 무려 266.6㎞에 이르렀다.

금호강 유역 제방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101.1㎞의 제방 중 누수구간은 2.2㎞지만 제방고 부족구간은 29.8 ㎞, 둑 마루폭 부족구간은 56.1㎞였다.

또 예천지역의 내성천은 제방 31.4㎞ 중 17㎞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제방고 및 둑마루폭 부족 구간이 각각 8.9㎞, 27.2㎞나 됐다.

김천지역의 감천 역시 65.3㎞ 제방 중 6.7㎞에서 물이 새고 있으며 제방고 및 둑 마루폭이 부족한 구간이 각각 4.7㎞, 20.8㎞였다.

포항지역의 형산강(제방 64.6㎞)은 누수된 곳은 없으나 제방고 부족구간이 2.3㎞, 둑 마루폭 부족구간이 20.4㎞에 달했다.

그러나 올들어 감천 제방 4㎞ 구간만 공사가 완료됐을 뿐, 낙동강 19.3㎞ 구간과 금호강 3.7㎞, 내성천 11.0㎞ 구간은 공사가 진행중이며 나머지 구간은 연차적 보강공사 계획만 수립된 상태다.

또 형산강은 올해 중 보강계획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건교부가 치수대책을 수립할 때도 하천 본류의 유수소통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방축조와 펌프장 건설에만 예산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하천 본류의 유수소통 능력을 고려, 일본과 같이 과거 유수지였던 하천 주변의 토지를 정부가 사들여 홍수 때 유수지의 기능을 하도록 하거나 평상시에는 호수, 생태학습장 등 지역주민의 휴식.여가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천관리 시스템도 주변국과 비교해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신영국 국회 건교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하천관리 주체가 건교.행자.농림.환경.산자부 등으로 다원화돼 있지만 일본은 국토교통성, 중국은 수리부로 일원화돼 재난방재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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